Category Archives: 언어학

어느 언어학과 학생의 실연

주의: Mac OS 이외의 운영체제에서는 본문에 나오는 꽃이 잘 보일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꽃이 보이지 않으면 본문을 이해하기 곤란합니다. (물론 꽃이 보이더라도……)

1.

어, 못 보던 타블로다. 나 좀 보여줘. 응? 왜 숨기는 건데? 보자, 보자, 보자아아. 그래, 어차피 보여줄 거면서. 그런데 뭐가 이렇게 길어? candidate는 얼마 없으면서 constraint만 너무 많은 것 아니야? 하긴, 넌 원래 markedness는 많이 갖고 있었지. 그런데 여긴 faithfulness도 많은데? 잠깐만, 야, ❀IDENT(figure) 이게 뭐야?

……

너 그 사람 털어버리겠다고 했잖아. 그 사람 이름 앞에 달아 놓은 손가락 표시☞도 보란 듯이 지워버렸잖아. 아니, 아예 GEN이 생성한 목록에서 뺐다고 그랬잖아. 바로 어제 그래 놓고 왜 또 찌질하게 sympathetic candidate라고 그 사람 옆에 꽃 그림❀을 그린 건데? constraint도 ❀MAX_HABIT 정도면 몰라, ❀IDENT(figure)는 정말 너무했다. 너 사실은 output을 찾을 생각도 없는 거지?

……

에이, 술이나 먹으러 가자. 그리고 이 타블로는 좀 버려.

2.

포르투갈어에서는 `optimal’과 `sympathetic’에 그대로 대응하는 형용사가 각각 `훌륭하다’와 `친절하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Você é ótima/ótimo ou pelo menos você é simpática/simpático.”
일상적인 뜻: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친절해.”
최적성 이론: “너에게 손가락 표시를 하고 싶어. 그게 안 되면 꽃 표시라도.” (해석 “너하고 사귀고 싶어. 하다못해 너하고 비슷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영어는 잘 모르겠다. 멋진 사람에게 `optimal’을 쓰던가? 쓰지 않는 것 같은데. “You are optimal or at least you are sympathetic.”로 같은 효과를 낼 수는 없을 듯하다.

老舍, 昼寝的风潮: 낮잠 파문

2007년 9월 1일

재여가 낮잠을 잤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느니……” 말을 채 끝내지도 못했는데 자로와 자공 등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파시스트!” 공자는 화난 기색을 숨기고는 작은 소리로 묻는다. “무슨 말인고?” 모두가 일제히 외친다. “파시스트!”

공자는 화난 기색을 숨기고는 작은 소리로 묻는다.

“무슨 말인고?”

모두가 일제히 외친다.

“파시스트!”

공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니라!”

모두들 세 번째로 외친다.

“파시스트!”

공자는 정말로 화가 나서 냉소를 짓고는 숙연히 나갔다. 마음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여러 해를 가르쳤는데, 이렇게 많은 노력을 쏟았는데, 결국은 파시스트가 고작일 줄은 몰랐다. 생각할수록 괴로우니 노자에게 가르침이라도 청하러 갈 수밖에.’

노자를 만나 전말을 상세히 이야기하니 노자는 가볍게 웃음을 띠며 말했다.

“이 사람아, 그거 당연하구만! 내가 전에 안 그러더냐, 무위로 다스려야 된댔지, 툭하면 남 일에 참견하라고 누가 그랬어? 파시스트 소리 들어도 싸지!”

“그러면 학생이 자는데 나는 그 녀석에게 이불 덮어 줘야 해요?”

공자는 반항한다.

“누가 그렇게 말했어? 그 친구한테 간섭만 안 하면 된다니까.”

노자가 말했다.

“자다가 깨면요?”

“깨어난 다음에는 졸업장 주면 돼.”

공자는 교육을 열심히 하여서 대강 넘어가려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노자가 세상 물정에 대해서는 상당한 경험자라고 생각하여 숙연히 돌아왔다.

학교에 도착하니, 헉, 플래카드가 잔뜩 붙어 있었다.

‘파시스트 되어가는 공아무개 타도하자.’

공자는 사태가 점차 커지리라는 것을 깨닫고 노자의 묘책을 채택하기로 했다. 그는 뒷문으로 몰래 들어가서 자기 방에서 졸업장 몇 장을 작성한 다음 히죽히죽 웃으며 재여와 자로 무리를 찾았다. 그들을 발견하고는 재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친구, 이 졸업장을 받아 주세요. 오후에도 수업할 필요 없이 내가 모두에게 밥라도 간단하게 대접하면 어떠하겠습니까?”

여러 현자들의 얼굴에 즐거운 기색이라고는 없었고, 자로가 대표로 발언했다.

“우리가 선생에게 명령하는 것은 우선 내일 우리 학교에 여학생을 모집할 것, 둘째로는 이후로 시험이 없을 것, 세 번째, 낮잠을 필수과정으로 지정할 것, 마지막으로 재여에게 서면으로 사과할 것.”

공자는 하나하나 동의하고는 즉시 재여에게 서면으로 사과문을 써 주었다. 이리하여 한바탕 파문이 확대되지 않았다 치고, 나중에 재여 등은 72현이 되었으며, 공자는 죽는 날까지 파시스트화하지 않았다.

노사 [낮잠 파문] http://www.hxqw.com/wxxsgl/zgwxmz/200605/2523.html

TIPA & Vowel : LaTeX에서 모음 사각도 그리기

언어학 페이퍼를 작성할 때 주로 사용하는 라텍(계속 레이텍이라고 했지만, CaCeC를 [CejCeC]로 읽는 것은 그다지 좋은 습관이 아닌 것 같다. /x/를 ㄱ으로 읽기는 아무래도 어색해서 라테흐라고 읽고 싶어도 언어학과 바깥에서는 통할 것 같지 않다.) 패키지로는 이 세 가지가 있다.

  • gb4e: 예문을 삽입한다. 특히 외국어 예문에서 형태소마다 의미를 설명하기에 적합하다.
  • qtree, parsetree, xytree: 통사 나무를 그린다. 언어학에서 쓰기에는 qtree가 제일 나은 것 같지만, oblivoir와 동시에 쓸 수는 없다. 동시에 쓰려면 명령어 이름 몇 개를 새로 정의해야 한다는데 귀찮아서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다.
  • TIPA: 국제 음성 기호를 쓴다. 구별 부호(diacritic)와 성조 기호까지 아름답게 나타낼 수 있다.

TIPA를 쓴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같은 폴더 안에 있는 vowel을 발견한 것은 겨우 며칠 전, 그것도 우연한 일이었다. 별생각 없이 vowel.tex을 열어 보았다가 첫 장부터 나오는 모음 사각도에 입이 딱 벌어졌다. “크아아악, 후쿠이 레이 선생님, 이런 보물을 개발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면서 기뻐서 펄쩍 뛰어올라 머리를 흔들다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괴성을 질렀다. 아무래도 감사의 표시로 맛 좋은 롤케이크와 홍차를 일본으로 보내야겠다. 라텍을 쓸 생각이 있는 언어학과 학생들은 모두 동참하시라.

어쨌든 모음 사각도가 생겼으니까 모음을 마구 찍어 보자. 아쉽게도 단모음 점찍기만 가능한 것 같지만, 언어학과 친구들에게 라텍의 이점을 알리기에 부족하지는 않다.

0. ko.TeXTIPA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usepackage{kotex} % 한글을 쓸 수 있어요.
\usepackage{tipa} % 국제 음성 기호를 쓸 수 있어요.
\usepackage{vowel} % 모음 사각도를 그릴 수 있어요.

1. 일단 기본 모음 사각도설명서 그대로 만들어 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기본 모음 찍기: \putcvowel[모음 이름 위치]{모음 이름}{기본 모음 번호}

Cardinal Vowels

\begin{vowel}
\putcvowel[l]{i}{1}
\putcvowel[r]{y}{1}
\putcvowel[l]{e}{2}
\putcvowel[r]{\o}{2}
\putcvowel[l]{\textepsilon}{3}
\putcvowel[r]{\oe}{3}
\putcvowel[l]{a}{4}
\putcvowel[r]{\textscoelig}{4}
\putcvowel[l]{\textscripta}{5}
\putcvowel[r]{\textturnscripta}{5}
\putcvowel[l]{\textturnv}{6}
\putcvowel[r]{\textopeno}{6}
\putcvowel[l]{\textramshorns}{7}
\putcvowel[r]{o}{7}
\putcvowel[l]{\textturnm}{8}
\putcvowel[r]{u}{8}
\putcvowel[l]{\textbari}{9}
\putcvowel[r]{\textbaru}{9}
\putcvowel[l]{\textreve}{10}
\putcvowel[r]{\textbaro}{10}
\putcvowel{\textschwa}{11}
\putcvowel[l]{\textrevepsilon}{12}
\putcvowel[r]{\textcloserevepsilon}{12}
\putcvowel{\textsci\ \textscy}{13}
\putcvowel{\textupsilon}{14}
\putcvowel{\textturna}{15}
\putcvowel{\ae}{16}
\end{vowel}

2. 브라질 포르투갈어 비강 모음을 찍었다. 일반 모음은 사각도에서 왼쪽 위 꼭짓점을 {0px}{0px}으로 해서 오른쪽과 아래로 각각 이동한 픽셀만큼을 적어 준다.

브라질 포르투갈어 비강 모음 음가의 출처: BARBOSA, P.A. & E. C. ALBANO (2004), Brazilian Portuguese.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Phonetic Association 34 (2): 227-232.

모음 찍기:\putvowel[모음 이름 위치]{모음 이름}{가로 위치}{세로 위치}

Brazilian Portuguese Nasal Vowels

\begin{vowel}
\putvowel[l]{\~\i}{25px}{15px}
\putvowel[r]{\~u}{56px}{15px}
\putvowel[l]{\~e}{35px}{33px}
\putvowel[r]{\~o}{61px}{33px}
\putvowel[l]{\~\textturna}{52px}{46px}
\end{vowel}

3. 한국어 모음을 찍을 때는 점 대신 그 자리에 바로 음성 기호를 써 보았다. 글씨 크기를 매우 작게 줄여야 했다.

한국어 모음 음가의 출처: International Phonetic Association (1999). Handbook of the International Phonetic Associa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 120–122.

Korean Vowels in IPA

\begin{vowel}
\putvowel{\tiny i}{15px}{7px} %이
\putvowel{\tiny i\textlengthmark}{8px}{4px} %이:
\putvowel{\tiny e}{32px}{31px} %에
\putvowel{\tiny e\textlengthmark}{23px}{23px} %에:
\putvowel{\tiny \o}{37px}{29px} %외
\putvowel{\tiny \o\textlengthmark}{27px}{29px} %외:
\putvowel{\tiny \textepsilon}{36px}{35px} %애
\putvowel{\tiny \textepsilon\textlengthmark}{34px}{43px} %애:
\putvowel{\tiny a}{58px}{53px} %아
\putvowel{\tiny a\textlengthmark}{68px}{56px} %아:
\putvowel{\tiny \textturnm}{68px}{9px} %으
\putvowel{\tiny \textturnm\textlengthmark}{68px}{5px} %으:
\putvowel{\tiny u}{74px}{9px} %우
\putvowel{\tiny u\textlengthmark}{75px}{5px} %우:
\putvowel{\tiny o}{72px}{31px} %오
\putvowel{\tiny o\textlengthmark}{75px}{27px} %오:
\putvowel{\tiny \textturnv}{76px}{43px} %어
\putvowel{\tiny \textturnv\textlengthmark}{54px}{23px} %어:
\end{vowel}

4. 역시 점을 찍는 것이 나은 것 같아서 다시 점을 찍고, 국제 음성 기호 대신 한글로 모음 이름을 표시했다. 글씨 크기를 제일 작게 줄였는데도 가리는 글자가 생긴다.

Korean Vowels in Orthography

\begin{vowel}
\putvowel[r]{\tiny 이}{15px}{7px}
\putvowel[l]{\tiny 이\textlengthmark}{8px}{4px}
\putvowel[l]{\tiny 에}{32px}{31px}
\putvowel[l]{\tiny 에\textlengthmark}{23px}{23px}
\putvowel[r]{\tiny 외}{37px}{29px}
\putvowel[l]{\tiny 외\textlengthmark}{27px}{29px}
\putvowel[r]{\tiny 애}{36px}{35px}
\putvowel[r]{\tiny 애\textlengthmark}{34px}{43px}
\putvowel[l]{\tiny 아}{58px}{53px}
\putvowel[r]{\tiny 아\textlengthmark}{68px}{56px}
\putvowel[l]{\tiny 으}{68px}{9px}
\putvowel[l]{\tiny 으\textlengthmark}{68px}{5px}
\putvowel[r]{\tiny 우}{74px}{9px}
\putvowel[r]{\tiny 우\textlengthmark}{75px}{5px}
\putvowel[l]{\tiny 오}{72px}{31px}
\putvowel[l]{\tiny 오\textlengthmark}{75px}{27px}
\putvowel[l]{\tiny 어}{76px}{43px}
\putvowel[r]{\tiny 어\textlengthmark}{54px}{23px}
\end{vowel}

5.몇 달 동안 포스트로 쓰려고 생각만 하고 있던 소재를 모음 사각도에 그려 보았다. 전남과 경남 모음의 음가는 내 주관적 판단으로 표시했다.

Some Korean Dialects

\begin{vowel}
\putvowel[r]{\tiny 이(서울)}{8px}{4px}
\putvowel[r]{\tiny 이(전남)}{17px}{12px}
\putvowel[l]{\tiny 으(서울)}{68px}{5px}
\putvowel[r]{\tiny 으=어(경남)}{50px}{15px}
\putvowel[r]{\tiny 어\textlengthmark(서울)}{54px}{23px}
\end{vowel}

6. 모음의 위치를 픽셀로 표시하는 것보다는 사각도 내에서 상대적인 위치를 알려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px 대신 가로는 \vowelvunit, 세로는 \vowelhunit을 사용하면 된다. 그냥 (0,0)과 (2,3)을 잇는 선을 세로축으로 했다면 더 편했을 것 같다. 작은 사각형 내부에 있는 점의 위치를 계산하기가 좀 귀찮다. 어쨌든 상대 좌표를 구하는 데 참고하려고 각 꼭짓점의 좌표를 적어 보았다.

Vowel Coordinates

\begin{vowel}
\putvowel[l]{\tiny (0,0)}{0\vowelvunit}{0\vowelhunit}
\putvowel[r]{\tiny (2,0)}{2\vowelvunit}{0\vowelhunit}
\putvowel[r]{\tiny (4,0)}{4\vowelvunit}{0\vowelhunit}
\putvowel[l]{\tiny (0.66,1)}{0.66\vowelvunit}{1\vowelhunit}
\putvowel[r]{\tiny (2.33,1)}{2.33\vowelvunit}{1\vowelhunit}
\putvowel[r]{\tiny (4,1)}{4\vowelvunit}{1\vowelhunit}
\putvowel[l]{\tiny (1.33,2)}{1.33\vowelvunit}{2\vowelhunit}
\putvowel[r]{\tiny (2.67,2)}{2.67\vowelvunit}{2\vowelhunit}
\putvowel[r]{\tiny (4,2)}{4\vowelvunit}{2\vowelhunit}
\putvowel[r]{\tiny (3,3)}{3\vowelvunit}{3\vowelhunit}
\putvowel[l]{\tiny (2,3)}{2\vowelvunit}{3\vowelhunit}
\putvowel[r]{\tiny (3,3)}{3\vowelvunit}{3\vowelhunit}
\putvowel[r]{\tiny (4,3)}{4\vowelvunit}{3\vowelhunit}
\end{vowel}\

史記, 刺客列傳, 예양 편

예양은 진(晉) 사람이다. 원래 범씨와 중항씨를 섬겼지만 이름이 알려진 일이 없었다. ((진(晉)의 6경: 지, 범, 중항, 한, 위, 조. 지씨가 범씨와 중항씨를 멸망시키고 한씨, 위씨, 조씨가 지씨를 멸망시킨 다음 한, 위, 조의 후손이 진을 셋으로 나누어 가진다.)) 그들을 떠나서 지백을 섬겼더니 지백이 그를 매우 존중하고 아껴 주었다. 지백이 조 양자를 공격하자 조 양자는 한, 위와 함께 지백을 같이 무너뜨리려고 계획을 세웠다. 지백을 멸망시킨 다음에는 그의 땅을 셋이서 나누어 가졌다. 조 양자는 지백에게 가장 큰 원한을 품고 있던 터라서, 그의 머리에 옻칠한 다음 잔을 만들었다. 예양은 산속으로 도망쳐서 이렇게 말했다.

“아!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를 위해 얼굴을 꾸민다. 지백께서 나를 알아주셨으니까, 나는 반드시 복수를 하고 죽어서 지백께 보고를 드리겠다. 그래야 내 영혼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이름을 고치고 징역수로 가장하여 궁궐에 들어가서 변소의 벽을 발랐다. 품 속에 비수를 끼고 양자를 찌를 생각이었다. 양자가 변소에 갔는데 심장이 두근거려서 변소의 벽을 바르는 징역수를 조사해 보니 예양이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지백을 위해 원수를 갚겠다!”

주위 사람들이 예양을 죽이려고 했지만, 양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의로운 사람이니까 내가 조심해서 피하면 된다. 그리고 지백이 죽고 후사가 없는데 그의 신하가 원수를 갚으려고 하다니, 세상에 꼽을 만큼 뛰어난 인물이다.”

결국 그를 풀어주어서 보냈다.

그 뒤로 예양은 또 자기 몸에 옻칠해서 문둥병자로 가장하고, 숯을 삼켜서 목을 쉬게 하는 등 자기 형상을 못 알아보게 하였다. 시장에서 구걸하면서 돌아다녔는데 그의 아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의 친구를 보러 가자 친구가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너 예양 아니야?”

“나 맞아.”

친구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너는 재능이 있으니까,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어서 양자를 섬기면 양자는 분명히 너를 가까이 두고 잘해줄 거야. 그가 너를 측근으로 두고 신임하게 되면 네가 원하는 것을 하기 쉽지 않을까? 자기 몸을 잔인하게 학대해 가면서 양자에게 복수하려고 하다니 어떻게 어렵지 않을 수 있겠어?”

예양이 대답했다.

“남에게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어서 섬긴 다음에 그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면, 자기 임금을 섬기면서 두 마음을 품는 일이야. 지금 내가 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지. 하지만 이렇게 해서, 이 세상에서 다음 세대에 신하가 되어서 두 마음을 품고 자기 임금을 섬기는 놈들을 부끄럽게 만들겠어.”

그 뒤로 시간이 흘러 양자가 밖에 나갈 때, 예양은 양자가 지나갈 다리 아래에 숨어 있었다. 양자가 다리에 도착하자 말이 놀랐다.

“이것은 분명히 예양 때문이다.”

사람을 시켜 조사해 보았더니 역시 예양이었다. 그래서 양자는 예양을 책망하였다.

“그대는 예전에 범씨와 중항씨를 섬기지 않았나? 양자가 범씨와 중항씨를 모두 멸망시켰지만, 그대는 원수를 갚기는커녕 지백에게 예물을 바치고 그의 신하가 되었지. 지백도 이미 죽었는데 그대가 지백만을 위해서 복수하는 것이 어째서 그렇게 집요한가?”

예양이 대답했다.

“제가 범씨와 중항씨를 섬겼지만, 범씨와 중항씨는 모두 저를 그저 그런 사람 중 하나로 대우해서 저도 그저 그런 사람처럼 그들에게 보답했습니다. 지백께 갔더니 그분께서 저를 나라의 인재로 대우해 주셨기에 저도 나라의 인재로 그분께 보답하는 것입니다.”

양자는 아득하게 한숨을 내쉬더니 울면서 말하였다.

“아, 예 선생! 그대가 지백을 위하는 것은 명분이 섰지만 내가 그대를 용서하는 것도 이미 할 만큼 했다. 그대는 스스로 살 길을 찾아보라, 나는 그대를 다시 석방하지 않는다!”

병사들에게 예양을 포위하도록 하였다. 예양이 말하였다.

“저는 현명한 군주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숨기지 않고, 충성스러운 신하는 명분을 위해 죽는 도리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군주께서 저를 관대하게 용서하셔서 온 세상 사람들이 어질다고 칭송합니다. 오늘 일로 저도 죽음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군주의 옷을 얻어서 치면, 그래서 복수의 뜻을 다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만, 마음을 털어놓아 봅니다.”

양자는 매우 의롭다고 생각하여 심부름꾼에게 자기 옷을 넘겨서 예양에게 주었다. 예양은 칼을 뽑고 세 번 뛰어올라서 옷을 쳤다.

“내려가서 지백께 보고를 드릴 수 있겠다!”

그리고는 칼 위로 엎어져서 자살하였다. 그가 죽은 날, 조의 뜻있는 이들은 그 소식을 듣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

사마천, [[사기]] [제26권 자객열전] http://www.xysa.net/a200/h350/01shiji/t-086.htm

韓非子, 外儲說 左上: 한비의 특정 지역 비하 개그

어떤 정(鄭) 사람들이 나이를 가지고 싸웠다.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요(堯)임금과 동갑이야.”
또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황제(黃帝)의 형하고 동갑이다.”
이 일로 소송까지 걸었지만, 결판을 낼 수 없었다. 제일 마지막에 그만두는 사람이 이길 수밖에.

정현(鄭縣) 사람 복자(卜子)가 아내에게 바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아내가 물었다.
“새 바지는 어떻게 만들까요?”
남편이 대답했다.
“내 옛날 바지처럼 해요.”
그래서 아내는 새 옷을 뜯고 낡은 바지처럼 만들었다.

어떤 정현(鄭縣) 사람이 수레의 멍에를 줍고는 이름을 몰라서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이건 어떤 종류인가요?”
“멍에네요.”
얼마 못 가서 또 하나를 주웠다.
“이건 어떤 종류인가요?”
“멍에잖아요.”
질문을 했던 사람이 버럭 화를 내었다.
“아까도 멍에라고 해 놓고 이번에도 또 멍에라고 하다니, 뭐가 그렇게 많은 거냐? 너 나한테 사기 치는 거지!”
결국 싸움질이 벌어졌다.

정현(鄭縣) 사람 복자(卜子)의 아내가 시장에 갔다. 자라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영수(穎水) 강가를 지나다 보니 자라가 목이 마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놓아서 물을 마시게 했는데 결국 자라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정현(鄭縣)에 굴공(屈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적이 쳐들어왔다는 말을 들으면 무서워서 죽은 척했다가 두려움이 가라앉으면 살아났다.

한비, [[한비자]] [외저설 좌상] http://chinese.dsturgeon.net/text.pl?node=2301&if=en

嵇康, 與山巨源絶交書

2008년 12월 20~21일
[산도 선생에게 보내는 절교장]

1.

혜강입니다. 예전에 영천 태수에게 내가 벼슬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지요. 나는 항상, 그 말이 나를 잘 알아서 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벼슬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그대에게 충분히 알려진 적이 없는데 그대는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지 말입니다. 작년에 하동에서 돌아왔을 때 그대가 그대의 자리에 나를 앉히려고 논의했다는 이야기를 공손숭 선생과 여안 군에게 들었습니다. 그 일이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그대가 처음부터 나를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데다가, 웬만한 일은 관용을 베풀 수 있고 책망하는 일이 적습니다. 그러나 나는 직설적이고 마음이 좁아서 참아낼 수 없는 것이 많고, 그대와는 우연히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대가 승진했다는 소식을 요사이에 듣고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요리사가 혼자 도살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축문 읽는 사람을 끌어들여서 자기를 거들어 손에 칼을 잡고 짐승 비린내로 몸을 더럽히게 만든다고 하는데, 그대도 그렇게 할까봐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하나하나 설명하겠습니다.

2.

예전에 책을 읽다가 모든 미덕을 갖춘 인물이 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런 인물은 없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이제서야 정말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못 참는 것이 있으면 절대 억지로라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 공론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세상 일에 통달한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통달한 인물은 모든 것을 참을 수 있고, 겉으로 보아서는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마음 속으로는 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세상의 조류에 함께 하고 회한을 품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자와 장자는 나의 스승인데 보잘것없는 직업에 몸소 종사하였고, 유하혜와 동방삭은 통달한 사람인데도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에 만족하였습니다. 내가 어떻게 감히 그분들을 얕잡아 보겠습니까! 또 공자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였고 마부가 되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문은 경이나 재상이라는 지위를 원하지 않았지만 세 번이나 영윤(초의 재상)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것이 바로 군자가 세상을 돕기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이른바 통달은 모든 대상에게 선의를 품으면서 생각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자, 곤란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만족하고 번민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사실로 관찰하면 요와 순이 세상의 임금으로 있었던 것, 허유가 바위 틈에 숨은 것, 장량 선생이 한을 보좌한 것, 접여가 노래를 부르며 돌아다닌 것 등은 모두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군자를 존경하는 이유는 자신의 뜻을 실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자의 여러 행동을 보면 가는 길은 각기 다르더라도 지향점은 일치합니다. 바로 본성을 따라 움직이고, 각자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고위직에 오른 사람은 사표를 쓰는 일이 없고 산으로 올라간 사람은 되돌아오는 일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연릉 계자가 자장의 풍격을 높이 평가하고 사마상여 선생이 인상여의 꿋꿋한 태도를 우러른 이유는 그들을 지탱하는 뜻과 정신을 아무도 빼앗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도 상자평과 대효위의 전기를 읽을 때마다 감개하면서 그들을 흠모하고 그들의 됨됨이를 떠올려 봅니다.

나는 어렸을 때 아버님을 여의고 어머니와 형의 귀여움만 받느라 유가 경전은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또 성격이 허술하고 게으르며, 근육은 물렁거리고 살은 축 늘어졌습니다. 얼굴은 언제나 한 달 보름이 되도록 씻지도 않는데 그다지 가려운 줄도 모르겠고 목욕을 할 마음이 들지도 않습니다. 항상 소변이 보고 싶어도 참고 앉아 있다가 뱃속에서 거의 출렁거릴 때가 되어서야 일어납니다. 그리고 제멋대로 산 지가 오래 되어서 마음가짐이 건방진 주제에 끈기도 없습니다. 형식을 따지지 않는 성격과 세상의 예의는 상충하지만, 게으름과 태만함은 서로 잘 맞아서 비슷한 무리들에게는 너그러운 대우를 받고 잘못을 공격받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장자]]와 [[노자]]를 읽고 방종하는 버릇이 더 심해져서 생산적인 일을 해 보려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없어지고 현실을 내버려 두려는 생각만 점점 커져 갑니다. 이것은 사슴을 잡는 것과 같습니다. 사슴이 어렸을 때 훈육을 받으면 조련과 제약에 복종하지만, 다 크고 나서 굴레를 채우면 머리를 맹렬히 흔들면서 끈을 풀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금재갈로 꾸미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더라도 오히려 그럴수록 울창한 숲을 그리워하고 무성한 풀을 생각합니다.

3.

완적 선생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입에 담지 않습니다. 나도 늘 그분을 본받고 싶지만 잘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분은 타고난 성품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서, 술을 조금 지나치게 마시는 것 이외에는 매사에 흠을 잡을 수 없습니다. 예법을 지킨다는 선비들은 그분을 탄핵하고 원수라도 진 듯 미워하지만 다행히도 대장군이 그분을 보호해 줍니다. 나는 완적 선생보다 자질이 떨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게으르고 안이하다는 결점이 있고, 사람 사이의 정이라는 것도 잘 모르며, 요즘 세상의 정세에도 어둡습니다. 만석군처럼 신중하기는커녕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버리기를 좋아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다가, 일을 해 본 지도 오래 되었고, 못된 습관과 불화만 나날이 심해지는데, 걱정거리가 없기를 바라더라도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또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켜야 할 예의가 있고 조정에는 따라야 할 법이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러한 예법 중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 일곱 가지와 절대로 불가능한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나는 드러누워서 늦잠 자기를 즐기는데 수위가 불러 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첫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점입니다.
  2. 내가 거문고를 끼고 노래를 부르면서 돌아다니거나 들판에서 사냥과 낚시라도 하려고 하면 동료나 부하 직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엉뚱한 짓을 할 수가 없는 것이 두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점입니다.
  3. 나는 잠시만 정좌를 해도 다리가 저려서 움직일 수 없고 몸에 이가 많아서 긁어 대기를 멈출 수 없는데 제복 속에 파묻혀서 상관 앞에서 손을 맞잡고 허리를 조아리거나 몸을 엎드려서 절을 드려야 하는 것이 세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점입니다.
  4. 나는 원래 편지 받기를 불편해하고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면 일이 많아서 책상 위에 편지가 쌓이고, 답장을 하지 않으면 예의에 어긋나고 의리를 저버리게 되니까 어떻게든 억지로 써 보려고 해도 결국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 네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5. 나는 상가에 문상 가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사람들 사이의 도덕에서는 그런 것을 중시하므로 용납해 주지 않는 사람들의 원망의 대상이 되어 헐뜯김을 당할 것입니다. 아무리 진지하게 자책해 보아도 성격은 바뀌지 않고, 마음을 억누르고 세상에 고분고분하려고 하면 본성에 어긋나게 됩니다. 이렇게 소인배들에게 비난도 칭찬도 받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 다섯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6. 나는 세상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반드시 참여해야 할 공동 작업이 생기거나 손님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떠드는 소리가 귀에 요란스럽게 울리는 시끄럽고 역겨운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 앞에서 갖가지 재주를 부려야 하는 것이 여섯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7. 나의 본심은 번잡한 것을 참을 수 없는데 관청의 사무로 손이 묶이고 기밀 업무에 마음이 얽매이며 인간 관계로 생각이 답답해지는 것이 일곱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1. 나는 항상 탕과 무왕을 비난하고 주공과 공자를 대단찮게 여깁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감출 수 없을 터인데 이런 일이 알려지면 세상의 통념에 수용되지 못합니다. 이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이유 첫 번째입니다.
  2. 나는 성질이 억세어서 내가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질색을 하고 그저 내키는 대로 경솔하게 행동할 뿐 완곡하게 돌려서 표현할 줄은 모르는데다가 일이 생기면 곧바로 말을 내뱉아 버립니다. 이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이유 두 번째입니다.

나의 째째한 성격 탓에 이렇게 아홉 가지나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깥에서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 속에서 병이 생길 것인데 어떻게 사회 생활을 오래 할 수 있겠습니까?

4.

또 나는 도가에서 삽주나 죽대 같은 풀을 먹으면 사람이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전하는 말을 듣고 진심으로 믿고 있고, 산이나 연못에서 노닐면서 물고기와 새들을 관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일단 관청에서 일하게 되면 이런 것들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어떻게 좋아하는 것을 버리고 싫어하는 것을 따를 수 있겠습니까!

5.

사람을 알아 준다는 것은 그의 천성을 존중하고 지켜낼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입니다. 우는 백성자고를 괴롭히지 않고 그의 꿋꿋한 태도를 전적으로 인정해 주었으며, 공자는 자하에게 우산을 빌리지 않고 그의 단점까지 비호해 주었습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제갈량 선생은 서서 선생을 억지로 촉으로 오게 하지 않았고, 화흠 선생은 관녕 선생을 강제로 재상이 되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곧은 나무로 수레바퀴를 만들 수 없고 휘어진 나무로 직육면체 상자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은 그대도 보았을 것입니다. 타고 난 자질을 굽히고 싶지 않아서 자기 용도를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 농, 공, 상은 직업을 가지고 각기 지향점을 찾아서 즐깁니다. 통달한 사람은 그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만큼 그대도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겠지요.

나 자신이야 장포라는 모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강인한 월 사람들은 그것을 번듯한 관으로 씁니다. 또 썩는 냄새를 싫어하더라도 원앙을 기르려면 죽은 쥐를 먹여야 합니다. 나는 최근 양생술을 공부하여 화려한 명예를 멀리 하고 재미를 잃은 채 적막한 데서 마음을 노닐게 하고 무위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아홉 가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대가 좋아하는 것에는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또 마음의 근심과 걱정이 요즘 들어 점점 심해집니다. 혼자 자문해 보아도 역시 즐기지도 않는 일을 견딜 수는 없습니다.

나의 생각을 고찰해서 이미 설명을 마쳤습니다. 가던 길이 막히면 멈추면 될 뿐 그대가 원망할 것도 없습니다. 억지로 가 보았자 구덩이에 빠집니다.

6.

나는 최근에 어머님과 형님의 사랑을 잃어서 늘상 처절한 기분입니다. 또 열세 살 난 딸과 여덟 살 먹은 아들은 아직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병치레까지 잦으니 이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소원은 변변치 못한 집이라도 지키면서 자손을 기르다가 이따금 친구들에게 격조했던 소식이나 전하고 탁주 한 잔을 기울이며 거문고 한 곡을 타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대는 끝도 없이 나를 강요하기보다는 관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을 구해서 요즘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그대는 내가 게으르고 참을성이 없으며 성격이 거칠고 매사에 소홀해서 사회 생활에 맞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지요.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나는 모든 점에서 요즘 세상의 유능한 인재보다 못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명예롭고 화려한 인생을 좋아한다고 해도 혼자 떨어져 나올 수 있음을 기뻐하는 것, 이것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입니다. 재주가 뛰어나고 도량이 넓은 사람은 모든 것에 통달했기 때문에 세속적인 꾀를 부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므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저 질병과 걱정이 많아서 일거리에서 떠나 나 자신을 건사하면서 여생을 보낼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통달은커녕 모자란 것뿐입니다. 거세된 환관을 보고 동정을 지킨다고 칭찬할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굳이 나와 함께 벼슬길에 오르려고 하는데, 서로 마음이 맞아서 날마다 즐거워지면 좋겠지만 나는 일단 압박을 받으면 어김없이 난폭한 성질이 도집니다. 나에게 깊은 원한이라도 있는 것이 아니면 이러한 상황으로 이끌지 않는 법입니다.

7.

등에 햇볕이 내리쬐는 것이 상쾌하고 미나리가 맛있다고 생각한 시골 농부가 임금에게 그것을 바치고 싶어했다고 하지요. 정성에서 우러나온 뜻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은 벌써 멀어졌습니다. 그대도 그 농부 같은 일을 하지 않기 바랍니다. 제 뜻이 이러한 것은 이미 그대에게 충분히 풀어 놓았으니 이제 결별을 고합니다.
혜강 씀.

혜강 [산도 선생에게 보내는 절교장] http://59.42.244.63:8088/datalib/2003/Literature/DL/DL-182498

鲁迅, 死火

꿈 속에서 보니 내가 얼음산 속을 마구 달리고 있었다.

크고 높은 얼음산, 그 꼭대기는 얼음하늘에 닿아 있었다. 하늘 위에는 얼어 붙은 구름이 자욱했고, 구름 조각 하나 하나가 마치 물고기 비늘 같았다. 산기슭에는 얼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가지며 이파리가 모두 소나무나 삼나무처럼 뾰족했다. 이 모든 것이 얼음처럼 차갑고 희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나는 얼음골짜기 속으로 떨어졌다.

아래 위 사방으로 모든 것이 얼어 붙어서 희푸른 빛이었다. 그런데, 온통 희푸른 얼음 위에, 붉은 그림자가 산호 그물처럼 무수히 얽혀 있었다. 몸을 구부려서 발 아래를 보니 불꽃이 하나 있었다.

죽은 불이었다. 이글거리는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전체가 얼어붙어서 산호 가지처럼 생겼다. 뾰족한 끝에 아직 응고된 연기가 남아 있는 것을 보니 불의 저택에서 막 빠져 나와서 말라 붙어 버렸으리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이 죽은 불이 얼음으로 된 네 벽면에 비쳐서 서로 반사되어 셀 수 없이 많은 그림자를 만들어 내어 이 얼음 골짜기를 붉은 산호빛으로 물들였다.

하하!

내가 코흘리개 시절 질주하는 군함에서 솟구치는 물보라나 커다란 용광로에서 분출되는 불꽃을 보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냥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똑똑히 보고 싶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어서 고정된 형태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아무리 응시해 보아도 어떠한 일정한 흔적을 남기는 일이 없었다.

죽은 불꽃이여, 이제 내가 먼저 그대를 손에 넣었다네.

내가 죽은 불을 자세히 보고 싶어서 주워 올리자 그 냉기가 내 손가락을 태웠다. 그러나 나는 꾹 참고 호주머니에 그를 넣었다. 갑자기 얼음골짜기 사면이 완전히 희푸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얼음골짜기를 빠져 나갈 방법을 계속 모색하였다.

내 몸에서 검은 연기가 한 줄기 피어올라서 철사로 만든 뱀처럼 솟아올랐다. 곧바로 큰 불이라도 모인 듯 얼음골짜기 사면이 붉은 불꽃의 요동으로 가득 차서 나를 둘러쌌다. 나는 고개를 숙여 보았다. 죽었던 불이 타올라서 내 옷을 모조리 태워 버리고 얼음땅 위를 흐르고 있었다.

“앗, 친구여! 그대 온기로 나를 깨워 주었군요.”

나는 얼른 그에게 인사를 하고 이름을 물었다.

“나는 옛날에 어떤 사람들에게 얼음골짜기로 버림을 받았지요.” 그는 묻지도 않은 말로 대답하였다. “나를 버린 놈들은 벌써 죽어서 소멸해 버렸어요. 나도 꽁꽁 얼어서 죽을 뻔했고요. 그대가 나에게 따뜻한 열기를 주어서 다시 타오르게 해 주지 않았다면, 나도 오래 못 가서 죽었을 거예요.”

“그대가 깨어나니 나도 기쁘군요. 나는 얼음골짜기를 빠져 나갈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대를 데리고 나가서 다시는 얼어붙지 않고 영원히 타오르게 해 주고 싶어요.”

“아앗! 그러면 나는 전소해 버리잖아요!”

“그대가 전소하면 나도 슬프지요. 그러면 그대를 여기 두고 가야겠군요.”

“아앗! 그러면 나는 얼어 죽어 버리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러는 그대는 어쩌려고요?” 그가 반문했다.

“나는 벌써 이야기했잖아요. 이 얼음골짜기를 빠져 나가겠다고……”

“그러면 나는 전소해 버리겠어요!”

그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붉은 혜성처럼 뛰어 올라서 나와 함께 얼음골짜기 출구로 나갔다. 갑자기 커다란 돌수레가 달려와서 나는 바퀴에 깔려 죽었지만, 그래도 그 수레가 얼음골짜기로 떨어지는 것은 볼 수 있었다.

“하하! 너희는 더 이상 죽은 불을 만날 수 없어!”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듯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1925년 4월 23일

노신 [[들풀]] [죽은 불] http://www.tianyabook.com/luxun/poem/005.htm

司馬遷, 史記, 劉敬叔孫通列傳 (1): 용자 유경

0. [유경숙손통열전]은 유경과 숙손통 두 사람의 전기이다. 이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유경은 소신을 가지고 직언을 하다가 구속되기까지 하는데 비해 숙손통은 황제가 자기 말을 받아 줄 기회만을 노리면서 마음에도 없는 일을 한다. 사마천은 왜 하필 이 둘의 전기를 한 권으로 묶었을까? 한왕 유방이 서초패왕 항우에게 승리를 거두고 새 나라의 주인이 된 후, 유경은 수도를 정했고 숙손통은 의례를 만들었다. 두 사람 모두, 그것도 다른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막 건국된 한이 외관을 갖추는데 일조했다.

1. 주인공인 누경은 무려 탈영을 해서 황제를 만나려는 용자이다.

유경은 제 사람이다. 한 5년, 전방 근무를 서러 농서로 가다가 낙양을 지나게 되었는데 마침 고제가 그곳에 있었다. 누경은 수레를 몰다가 빠져나와서는 양피 외투를 입고 제 출신인 우장군을 뵙고 말하였다.
“제가 황제를 뵙고 지금 필요한 일에 대해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우장군이 그에게 새 옷을 주려고 하였으나 누경은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비단옷을 입었으면 비단옷을 입고 알현하고, 베옷을 입었으면 베옷을 입은 채 알현하겠습니다. 옷을 갈아 입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장군은 들어가서 황제에게 말을 전했다. 황제는 들어와 알현하라고 불러서 음식을 하사하였다.

2. 황제가 말을 시키자마자 처음부터 당신과 무왕은 다르다고 선언해 버린다.

그러고 나서 누경에게 묻자 누경이 말을 하였다.
“폐하께서 낙양에 수도를 두려고 하시는데, 주(周) 왕실과 융성함을 견주기를 바라시는 것입니까?”
황제가 말하였다.
“그렇지.”
누경이 말하였다.
“폐하께서 천하를 얻으신 것은 주 왕실과 다릅니다. 주의 선조는 후직이라는 분부터 시작했습니다. 요께서 후직에게 태 땅을 주신 이래로 십여 대에 걸쳐 덕과 선행을 쌓았습니다. 공류는 걸을 피해서 빈으로 이주했고, 태왕은 적(狄)이 공격해 오자 빈을 떠나서 말채찍을 잡고 기로 이주했는데, 이 때 온 나라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그를 따랐습니다. 문왕이 서백이 되었을 때 우와 예의 소송을 해결하고 처음으로 하늘의 뜻을 받아서 태공망과 백이도 바닷가에서 의탁하러 왔습니다. 무왕이 주(紂)를 공격할 때, 미리 약정하지도 않았는데 맹진에서 제후 팔백 명이 모여서 하나같이 주를 쳐야 한다고 말하여 마침내 은을 멸망시켰습니다.

3. 낙양은 번창하기도 쉽지만 멸망하기도 쉽다고 말하면서 갓 시작한 나라에 대어 놓고 멸망을 운운한다.

성왕이 즉위하고는 주공이 계속해서 재상이 되어 성왕을 도우면서 성주 낙읍을 발전시켜서 온 세상의 중심으로 만들자 제후들이 사방에서 공물을 바쳤습니다. 도로가 평평해서 덕을 갖추면 임금 노릇을 하기 쉽지만 덕을 갖추지 못하면 멸망하기도 쉽습니다. 이곳에 터를 잡았던 사람들은 주가 열심히 덕으로 사람을 모으기를 바랐지, 험난한 지형을 믿고 후손들이 교만을 떨고 사치를 부려서 민중을 학대하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주 왕실이 번성하던 때는 온 세상이 서로 화목하고 오랑캐들도 감화를 입고 의와 덕을 사모해서 먼 거리를 달려 와서 나란히 천자를 섬겼습니다. 병사 하나 주둔시키지 않고 무사 하나 전장에 내보내지 않고도 온갖 오랑캐들과 큰 나라의 사람들이 모두 복종하고 공물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주 왕실이 쇠약해졌을 때는 둘(서주와 동주)로 쪼개지고 조회하러 오는 이가 없어도 주에서는 이를 다스릴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인덕이 미미해서가 아니라 세력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4. 황제 앞에서 당신의 천하가 아직 편안하지 않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제 폐하께서는 풍, 패에서 일어나셔서 병사 삼천 명을 데리고 곧바로 가서 촉, 한 땅을 장악하시고, 삼진(진의 옛 신하 세 명이 항우에게 항복하고 받은 땅)을 평정하셨으며, 형양, 성고의 입구에서 항우와 전쟁을 치르셨습니다. 큰 전투 칠십 회, 작은 전투 사십 회 동안 온 세상 사람들이 간과 뇌를 땅에 쏟고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들판에 뼈를 드러내게 된 일은 이루 다 셀 수 없으며, 눈물을 흘리고 통곡하는 소리가 아직 그치지도 않은데다가 부상자는 아직 일어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성왕, 강왕 때와 융성함을 견주려고 하신다면, 외람된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같을 수 없다고 봅니다.

5. 진 영토의 이점을 말하는 것은 좋은데, 온갖 위험한 발언을 다 쏟아내기 전에 실용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나요.

또 이 진이 있던 땅은 산으로 덮여있고 황하가 뻗어 있으며 사방의 요새는 견고하다고 할 만합니다. 갑자기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 백만 명이라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또 진이 터를 잡고 있었으므로 자원이 아주 풍부하고 기름진 땅입니다. 이런 곳을 바로 자연이 베풀어 준 창고라고 하는 것입니다. 함곡관 동쪽에서 난리가 일어나더라도 진의 옛 땅은 완전히 보전할 수 있습니다. 격투를 할 때 상대의 목을 조르고 등을 때리지 않으면 승리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제 폐하께서 함곡관 안으로 들어가셔서 수도를 세우시고 진의 옛 땅을 진정시키시면, 이것도 역시 온 세상의 목을 조르고 등을 때리는 효과를 얻는 길입니다.”

6. 신하들의 의견을 보면 역이기가 육국의 후예를 세우자는 말을 했을 때와 비슷하고, 심지어는 장량이 마무리를 짓는 것까지 똑같다. 그나저나 명분보다 사실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유씨 성을 주다니 유방의 시상 센스는 괴악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동음이의어 개그를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고제가 여러 신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모두 함곡관 동쪽 출신이라서 서로 나서서 말하기를, 주는 수백 년 동안 왕위를 유지하였고 진은 2대만에 망했으므로 주 땅에 수도를 두는 것이 낫다고 하였다. 황제는 확신을 하지 못하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 때 유후(장량)가 함곡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설명하자 그날로 수레와 마차를 몰아 서쪽으로 가서 관중에 수도를 세웠다.
그리고 황제가 말하였다.
“처음에 진 땅에 도읍을 정하자고 의견을 낸 사람은 누경이다. ‘누(婁)’는 ‘유(劉)’이기도 하다.”
그에게 유씨 성을 하사하고 낭중이라는 직위에 임명하였으며 봉춘군이라는 칭호를 주었다.

7. 그냥 처음부터 유경을 파견하지 그랬어요.

한 7년, 한(韓)왕 신이 배반하자 고제가 직접 공격을 하러 갔다. 진양에 도착했을 때 신과 흉노가 연합하여 한(漢)을 공격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황제는 진노하여 흉노에 사절을 보내었다. 흉노는 장사와 살찐 마소를 숨기고 노약자와 병든 짐승들만을 보여주었다. 사절로 갔던 열 팀이 돌아와서는 모두 흉노를 공격해도 괜찮다고 말하였다. 황제는 다시 유경을 사절로 흉노에 보내었고, 유경은 돌아와서 말하였다.
“두 나라가 서로 싸움을 하면 자존심을 세우고 강력한 부분을 보여주는 법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갔더니 온통 병자와 노약자만 보였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약점을 보여주고는 정예병을 매복시켜서 승리를 거두려는 계획입니다. 부족한 생각이지만, 흉노를 공격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때 한(漢) 군대는 이미 구주(국경 가까이 있는 산)를 넘어서 이십여 만의 병력이 행군을 시작한 상태였다. 황제는 화를 내며 유경에게 욕을 퍼부었다.
“제놈 자식아! 이빨을 까서 벼슬을 얻더니 이제 헛소리를 지껄여서 아군 기를 죽이는 거냐?”
그리고는 유경을 광무(구주산 남쪽의 현)에서 형틀에 채워 놓았다. 마침내 군대를 이끌고 갔는데, 평성에 도착하자 과연 흉노가 정예병을 출격시켜 고제를 백등에서 포위하여서 이레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고제는 광무로 가서 유경을 사면하였다.
“내가 그대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평성에서 곤경에 빠졌군. 전에 공격을 해도 괜찮다고 했던 사절 열 팀은 내가 벌써 모두 참형에 처했다.”
그리고는 유경에게 2천 가구를 식읍으로 주고 관내후에 임명하여 봉호를 건신후라고 하였다.

사마천 [[사기]] [제99권. 유경숙손통열전] http://www.xysa.net/a200/h350/01shiji/t-099.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