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한국어로 옮기기

말의 효과: (1) 진리치를 넘어서

노신(魯迅, 한어병음: Lu Xun, 한글 외래어 표기: 루쉰)(1881–1936)의 산문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논점 세우기(立論)

노신, 1925년 작. 『들풀(野草)』에 수록.
원문: http://zh.wikisource.org/wiki/%E7%AB%8B%E8%AB%96

꿈에서 나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글을 짓기 위해 교사에게 논점을 세우는 방법을 묻고 있었다.

“어렵지!”

교사는 안경 너머로 비스듬히 눈빛을 보내더니 나를 보고는 말했다.

“너에게 이야기를 하나 해 주마— 어느 집에서 아들을 낳고는 온 집안이 뛸 듯이 기뻐했지. 한 달을 채우자 아기를 안고 나가서 손님들에게 보여 주었단다—  당연히 덕담을 들었으면 해서겠지.
어떤 사람은 ‘이 아기는 앞으로 돈을 많이 벌 겁니다.’ 라고 했어. 그래서 최고의 감사를 받았고.
어떤 사람은 ‘이 아기는 앞으로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라고 했어. 그리고는 온 집안사람들에게 호되게 맞았지.
반드시 죽는다는 말은 필연적이지만, 부귀를 누린다는 말은 허황되잖아. 그런데 허황된 말을 하면 좋은 보답을 받고, 필연적인 말을 하면 매를 맞아. 너는…”

“저는 허황된 소리도 안 하고 싶고, 매도 안 맞고 싶어요. 선생님,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하죠?”

“그러면, 이렇게 말해 보렴. `우와! 이 아기 좀 봐요! 어쩜… 아유! 하하! Hehe! he, hehehehe!'”

1925년 7월 8일

<마지레스>허황된 소리도 하지 않고 매도 맞지 않으려면 “나는 이 아이가 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라고 하면 되지 않는가? 부자가 되리라는 장담에 비하자면 “최상의 감사 인사”야 받지 못하겠지만, 소박한 답례 정도는 들을 수 있을 터이다.</마지레스>

노 선생은 이 이야기에서 진실을 말하는 데에 고난이 따르는 현실을 풍자하고 싶었던 듯하나, 이 이야기의 진정한 교훈은 진리치가 참인 명제라고 해서 다 유의미한 말이 되지는 못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하필이면 이 이야기가 덕담을 (( 오덕이나 덕후의 덕 말고. )) 요구하는 상황인 만큼, 이것이 청자에게 불쾌감을 주면 안 된다는 예의의 문제라고만 생각할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 사실, 많다. 심지어는 “청자의 감정을 자극할 만한 사실은 말하기를 보류하는 편이 좋겠지요.” 같은 “매너”로만 해석하기도 한다. )) 하지만 아래의 만화를 보면…

"내일 눈이 오거나, 아니면 오지 않는다."라는 진술은 어떤가? 이 진술은 '공허한 형식'이지만 완벽한 진리야! 맞아요. 하지만 내일의 날씨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진리죠!
『로지코믹스』(독시아디스, 파파디미트리우 글, 파파다토스, 디 도나 그림 / 전대호 역 / 랜덤하우스 코리아) 264면.

[그림 속 텍스트 시작]
러셀: “내일 눈이 오거나, 아니면 오지 않는다.”라는 진술은 어떤가? 이 진술은 ‘공허한 형식’이지만 완벽한 진리야!
비트겐슈타인: “맞아요. 하지만 내일의 날씨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진리죠!”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20년간 항진명제를 생산하는 기계의 존재를 정당화하려고 비지땀을 흘린 것이었다.
[그림 속 텍스트 끝]

물론 나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사람은 다 죽는다.”라는 명제가 위 만화에서 말하는 항진명제에 해당하지는 않으므로, 위에서 인용한 부분을 여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 “내일 눈이 오거나, 아니면 오지 않는다.” 대신 “내일의 일일강수량은 0 mm 이상 1000 mm 미만이다.”라는 명제는 어떨까? 이 명제가 참이 되는 것은 논리적 형식이 아니라 현재의 실제 세계의 조건에 근거하였으므로 러셀의 관심사는 아닐 터이지만, 이 “진리”도 내일 날씨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 어쨌든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사람이라면 모두 겪게 되는 일이고, 이 아기의 장래에 관해서는 새롭고 유의미한 사실이 아니다. 이 말이 담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상황을 여러 가지로 구성해 볼 수야 있다.

(1) 부모가 망상에 빠져서 아기가 절대로 죽지 않으리라고 믿는 경우:
일반적인 진리를 부모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이 명백하므로, 부모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 (( 부모가 아기에게까지 그러한 망상을 주입하려고 들거나 아기를 어떻게 다루어도 죽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학대라도 하지 않는 한 꼭 알려줄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후다닥). ))

(2) 의사가 병에 걸린 아이의 소생 가능성을 진단하는 경우:
이 때 아기가 반드시 죽으리라는 것은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어떠한 이유로든 죽게 되어 있다는 일반적인 진리가 아니라, 죽는 시기와 원인을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건을 가리킨다.

더 가능한 상황이야 무한히 많이 있을 수 있겠으나, (1)에서처럼 일반적인 진리 자체가 명시적으로 부정된 것을 바로잡아야만 하거나 (2)에서처럼 같은 문장이라도 일반적인 진리 이상의 구체적인 의미를 더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이 이야기의 상황이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것 같지는 않다. (( 어머니는 내가 아기일 때 어느 어르신에게 “닥터감”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내가 의사가 되려고 하면 될 수 있다고 20년도 넘게 믿은 듯하니까 (1)을 만족할지도 모르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 아이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입니다.”를 “이 아이는 앞으로 의사가 될 것입니다.”만큼 진지하게 들을 리는 없… 하지만 기독교에서 말하는 “영생”으로 받아들이고 은혜로워할 것 같… 아마 안 될 거야. orz ))

/번역/ 지우마 대통령, 위험 지역에서의 주거 보장이 브라질의 ‘법칙’이라고 단언

원문 기사: Júlia Dias Carneiro, “Dilma afirma que moradia em área de risco ‘é regra’ no Brasil”, BBC Brasil, 2011.01.13. http://www.bbc.co.uk/portuguese/noticias/2011/01/110113_dilma_nova_jc_jf.shtml

적절한 보충 설명은 기회가 닿는 대로 추가할 예정.

지우마 [대통령], 위험 지역에서의 주거[보장]이 브라질의 ‘법칙’이라고 단언

줄리아 지아스 카르네이루
BBC 브라질, 히우지자네이루

지우마 호세피 대통령은 히우지자네이루 [주]에서 비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세 개 도시의 비행을 마치고 이번 목요일[2011년 1월 13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브라질에서 위험 지역에서의 주거 [보장]은 예외가 아닌 법칙입니다.”

Agência Brasil에서 피해 도시 시청의 정보를 인용하여 밝힌 바로는, 산사태로 인해 히우의 산간 지역에서 이미 450인의 사망자가 나왔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브라질에서 저소득 인구는 완전히 방치되었는데, 거주할 곳이 없는 이들은 이제 어디에 거주합니까? 골짜기 바닥, 강기슭, 시냇가, 언덕입니다.”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Partido do Movimento Democrático Brasileiro) 세르지우 카브라우 [히우] 주지사 역시 기자회견에 참여하여 히우에서 홍수 피해가 가장 큰 세 도시(노바 프리부르구, 페트로폴리스, 테레조폴리스)가 시의 이전 행정부의 폐해를 겪었다고 말하였다. “그 일에 대하여 전임 시장 몇 명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 세 개 도시는 히우 및 다른 지역과 매우 비슷한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것은] 포퓰리즘의 불행으로, 무책임한 점유가 가장 빈곤한 이들의 지지라도 받는 듯, 그것을 방치하도록 허가한 것입니다. ((후단은 억지로 옮겨 놓은 것으로 오역일 가능성이 특히 높다. 원문: Mas, da década de 80 para cá, essas três cidades tiveram um processo muito semelhante ao que houve no Rio e em outras regiões, que é a desgraça do populismo, a permissividade de deixar ocupações irrespoensáveis, como se fossem aliados dos mais pobres.))

주거 정책

지우마 [대통령]은 브라질의 주거 문제를 공공 투자라는 방식으로 공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지휘로 시작된 연방 계획인 “나의 집, 나의 생활(Minha Casa, Minha Vida)”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이 계획의 제2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현재 필요한 것은 산사태로 인한 이재민들에게 관심을 쏟는 일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이것은 무척 극적인 순간이고, 여러 장면들이 매우 강렬하며, 사람들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위험이 매우 큽니다. 지금은 우리가 연방·주·시 정부의 협력을 통하여 도울 수 있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재건의 순간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을 맺었다. 또한 성장 가속 계획으로써 배수로와 브라질 도시 비탈 산사태 방지를 위해 110억 헤아우(Real; 1헤아우는 약 670원)를 충당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노바 프리부르구

지우마 [대통령]은 비행을 마치고 노바 프리부르구의 한 축구장에 착륙하여 장관 여섯 명 및 카브라우 [주지사]와 동행, 시 중심부에 위치한 진흙과 오물로 덮인 광장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나서 대통령은 산사태 피해가 가장 큰 도시들 중 한 곳의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히우 시 방위청(Defesa Civil do Rio)에 따르면, 노바 프리부르구·페트로폴리스·테레조폴리스에서 5천여 가구가 집이나 가게를 잃었다. 대통령은 담화에서 가게를 잃은 가구는 모두 보조 대여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세 도시의 인구조사에서 등록된 주민 모두에게 가족쌈짓돈(Bolsa Familia) 한 달치가 미리 지급되게 하겠다고 확언하였다. 대통령은 연방정부는 상파울루, 미나스제라이스, 고이아스, 이스피리투두산투의 비 상황에도 관심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지우마 [대통령]은 호우 피해가 심한 주들에 충당하는 연방 기금 7억 8천만 헤아우가 가장 신속하고 가능한 한 덜 관료적인 형식으로 풀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였다.

보건

이번 목요일[2011년 1월 13일]에 알레샨드리 파질랴 보건부 장관은 노바 프리부르구·페트로폴리스·테레조폴리스 시에 90만 헤아우의 예산이 미리 지급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파질랴 [장관]은 마리냐와 히우 [주] 정부에서 주의 산간 지역에 짓고 있는 임시 병원의 비용도 보건부가 부담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히우의 연방 병원 여섯 곳에서는 산사태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 수술 일부를 연기할 것이라고 한다.

/저질술자리개그/ [[사기]] [골계열전] 일부

Serotonin 님과 트윗을 주고받다가 술은 같이 마시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아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젯밤 술김에 신나서 번역하다가 어려운 한자가 많아서 그냥 저질 언어학 개그로 넘어갔는데, 오늘 사전을 찾아가면서 나머지 부분을 옮겼다. 순우곤 이 아저씨, 즐거운 술자리를 실컷 상세하게 묘사한 다음 정색을 하고 `그러니까 이러지 말자는 거죠.’라고 수습하다니, 참 치사해서 사랑스럽다. 게다가 그 결과로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니 부럽기 짝이 없다.

+물론 이 저질개그 자체는 Serotonin 님과 아무 상관이 없다.

제(齊) 위왕(威王)은 매우 기뻐하면서 후궁에서 주연을 베풀고는 순우곤을 불러서 그에게 술을 하사했다.

“선생은 얼마나 마셔야 취하는가?”

“저는 한 말(1.94리터)로도 취하고 한 섬(=열 말=19.4리터)으로도 취합니다.” (( http://ja.wikipedia.org/wiki/斗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을 보면 1말이 주(周)대에는 1.94리터, 진(秦)대에는 3.43리터라고 되어 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전국 시대니까 주를 기준으로 했다. ))

위왕이 물었다.
“선생이 한 말을 마시고 취한다면 어떻게 한 섬이나 마실 수 있겠나! 그 설명을 들어볼 수 있을까?”

Continue reading /저질술자리개그/ [[사기]] [골계열전] 일부

한영, [[한시외전]] 제2권 23장: 닭의 다섯 가지 미덕

한번은 큰맘 먹고 교수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각자 먹을 것을 고르는데, 한 친구가 연어구이와 고등어조림 사이에서 고민했다.

“연어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강물을 힘들게 거슬러 올라가니까 고등어를 먹어야지.”

“고등어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미덕이 있을 거야. :-P”

이렇게 말했더니, 미덕이라는 표현 때문에 다들 웃었다.

나중에 [[한시외전]]에서 그때 일이 떠오르는 대목을 발견했다. 이 친구에게 닭도 먹지 말라고 알려 주어야 하나?

이윤은 하를 떠나 은으로 갔다. 전요는 노를 떠나 연으로 갔다. 개자추는 진을 떠나 산속으로 갔다. 전요는 노 애공 밑에서 일했지만 주목받지 못해서, 애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임금님에게서 물러나겠습니다. 고니가 중용되겠군요. ((黃鵠舉矣에서 黃鵠이 주어이면 舉를 어떻게 해석하지?)) ”

애공이 말했다.

“무슨 말인가?”

“군주께서는 저 닭을 못 보셨습니까? 머리에 관을 쓴 것은 문입니다. 발에 며느리발톱을 단 것은 무입니다. 적이 앞에 있을 때 싸움을 무릅쓰는 것은 용이고, 밥을 보고 상대를 부르는 것은 인이며, 밤을 지키면서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은 신입니다. 닭이 이러한 덕목 다섯 가지를 갖추었는데도 군주께서 이놈을 매일 데쳐서 잡수시는 것은 어째서일까요? 바로 닭이 온 곳이 가깝기 때문입니다. 저 고니는 단번에 천 리를 날아와서 임금님의 정원이며 연못에 죽치고는 임금님께서 키우시는 물고기나 자라를 잡아먹고 기장이나 대들보를 쪼기나 하지 이와 같은 다섯 가지 덕은 없는데, 군주께서 이를 소중히 여기시는 것은 어째서이겠습니까? 고니가 온 곳이 멀기 때문입니다.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고니가 중용되겠지요.”

애공이 말했다.

“잠깐, 내가 그대의 말을 적어 놓겠다.”

전요가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밥을 먹으면 그릇을 깨지 않고, 나무 그늘의 덕을 보면 가지를 꺾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를 쓰지도 않으시는데 말을 적으셔서 무엇합니까?”

그리고는 떠나서 연으로 갔다. 연에서는 그를 재상으로 임명했다. 삼 년이 지나자 연의 정치는 매우 안정되고 국내에 도둑과 강도가 사라졌다. 애공은 휴우 하며 매우 탄식하고, 이 때문에 침소를 피한 것이 석 달이었고, 의복을 줄였다.

“처음에 신중하지 못하고 나중에도 뉘우치지 않으면 다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伊尹去夏入殷。田饒去魯適燕。介子推去晉入山。田饒事魯哀公而不見察,謂哀公曰:“臣將去君,黃鵠舉矣。”哀公曰:“何謂也?”由饒曰:“君獨不見夫雞 乎?[首戴冠者,文也。足搏距者,武也。] ((이 부분은 위키 소스 본문에서 빠져 있다. 예문서원에서 나온 번역본(임동석 역, 2000년 출간)의 원문에서 보충해서 넣었다.)) 敵在前敢鬬者勇也,見食相呼者仁也,守夜不失時者信也。雞雖有此五德,君猶日瀹而食之者何也?則以其所從來者近也。夫黃鵠一舉千里,止君園池,食君魚鱉, 啄君黍粱,無此五德者,君猶貴之者何也?以其所從來者遠也。故臣將去君,黃鵠舉矣。”哀公曰:“止!吾將書子之言也。”田饒曰:“臣聞食其食者,不毀其 器。陰其樹者,不折其枝。有臣不用,何書其言為?”遂去之燕。燕立以為相。三年,燕政大平,國無盜賊。哀公喟然太息,為之辟寢三月,減損上服。曰: “不慎其前無悔其後,何可復得?”

http://zh.wikisource.org/wiki/%E9%9F%93%E8%A9%A9%E5%A4%96%E5%82%B3/%E5%8D%B7%E7%AC%AC2

이 포스트는 채식 옹호와는 전혀 무관하다. 이런 말은 덧붙이기도 낯뜨겁다.

양웅, [[법언]]

양웅은 서한 말의 `언어학자’라는 설명 때문에 이름만 기억해 둔 정도였다. 여러 해 동안 그 상태에 있다가 2009년 2학기 늦가을이 되어서야 [[법언]]을 읽어 보았다. 시험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한 흥미가 300% 증가할 때인데도 정말 재미가 없었다. 다음에는 언어학자로서 썼다는 [[방언]]을 보아야겠다.

한문 원문은 자유문고에서 나온 번역서(최형주 역, 1996년 출간)에서 가져 왔고, 한국어로는 내가 따로 옮겼다.

[10. 중려(重黎)] 중에서
或問: “趙世多神, 何也?”
누군가가 물었다.
“조 시대에 신비한 일이 많았던 것은 어째서입니까?”

번역서에는 진(秦) 왕실이 조(趙)씨였다는 점에서 `진대에’ 신비한 일이 많았다고 되어 있지만, 나는 [[사기]]의 [조세가]가 먼저 떠올랐다. 진, 조 중 어느 쪽이든 [[사기]]의 [본기]와 [세가]에서 웬만한 괴담은 [진(秦)본기], [진시황본기], [고조본기], [금상(=무제)본기], [조세가]에 집중되어 있어 있었던 것 같다. 진 시황이나 한 고조는 창업 군주에게 갖다 붙이는 전설만 해도 상당할 터이고, 또 진 시황과 한 무제가 워낙 신선에 집착했으니까 창작 괴담이나 방사에게 사기당한 이야기가 충분히 있을 만하다. 결국 [조세가]만 붕 뜨는 기분이다. 다른 제후국의 [세가]에는 괴담이 거의 없다. 진 시황의 어머니가 조 출신이라서 분서갱유 때 조의 역사책만 남겨 놓았다는 이야기를 몇 년 전에 어느 책에서 읽었지만, 아무래도 그럴듯한 설명은 아니다.

어쨌든 여기서, 나도 궁금했어요. 왜 조에만 신비한 이야기가 많을까효? 드디어 답을 얻을 수 있는 거야? 두근두근…… 잠깐, 여기서 `子罕言怪力亂神, 선생님께서는 괴담이나 폭력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으셨다.’ (([[논어]] [자한])) 라고 하면 반칙이야. 실망할 거야. 삐칠 테야.

(계속)
曰: “神怪茫茫, 若存若亡, 聖人曼云.”
대답했다.
“귀신 이야기나 괴담은 아득해서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다. 성인께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으셨다.”

OTL

양웅이 한 무제의 증손자인 선제 때 살았으니까, 무슨 문제를 들고 와도 공자님 말씀으로 아닥시키는 것이 무려 서한 후반부터 가능했다는 말이군효ㄷㄷㄷ

그래도 저자와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살았던 사람에 대한 평가는 조금 재미있었다.

[12. 군자] 중에서
乍出乍入, 淮南也; 文麗用寡, 長卿也; 多愛不忍, 子長也. 仲尼多愛, 愛義也; 子長多愛, 愛奇也.
[대략 유학자가 긍정적으로 볼 만한 어떤 것에] 잠깐 나갔다가 잠깐 들어왔다 하는 이는 회남왕(유안)이다. 문장이 화려하고 쓰임새가 적은 이는 사마상여 선생이다. 애착이 많아서 참지 못했던 이는 사마천 선생이다. 공구 선생이 애착이 많았던 것은 의로운 것을 사랑했기 때문이지만, 사마천 선생이 애착이 많았던 것은 신기한 것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신기한 것에 대해서 못 참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니 남 이야기 같지 않다. 😀

그나저나 수십 년이 지나고 왕충은 [[논형]]에서 공자님 말씀 하나하나에 꼬투리를 잡는데…… 중앙도서관에서 [[논형]]을 빌렸을 때는 도피하기 곤란할 만큼 시험이 닥쳐서 다 읽지는 못했으니까 다음 기회에 보겠어요.

老舍, 昼寝的风潮: 낮잠 파문

2007년 9월 1일

재여가 낮잠을 잤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느니……” 말을 채 끝내지도 못했는데 자로와 자공 등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파시스트!” 공자는 화난 기색을 숨기고는 작은 소리로 묻는다. “무슨 말인고?” 모두가 일제히 외친다. “파시스트!”

공자는 화난 기색을 숨기고는 작은 소리로 묻는다.

“무슨 말인고?”

모두가 일제히 외친다.

“파시스트!”

공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니라!”

모두들 세 번째로 외친다.

“파시스트!”

공자는 정말로 화가 나서 냉소를 짓고는 숙연히 나갔다. 마음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여러 해를 가르쳤는데, 이렇게 많은 노력을 쏟았는데, 결국은 파시스트가 고작일 줄은 몰랐다. 생각할수록 괴로우니 노자에게 가르침이라도 청하러 갈 수밖에.’

노자를 만나 전말을 상세히 이야기하니 노자는 가볍게 웃음을 띠며 말했다.

“이 사람아, 그거 당연하구만! 내가 전에 안 그러더냐, 무위로 다스려야 된댔지, 툭하면 남 일에 참견하라고 누가 그랬어? 파시스트 소리 들어도 싸지!”

“그러면 학생이 자는데 나는 그 녀석에게 이불 덮어 줘야 해요?”

공자는 반항한다.

“누가 그렇게 말했어? 그 친구한테 간섭만 안 하면 된다니까.”

노자가 말했다.

“자다가 깨면요?”

“깨어난 다음에는 졸업장 주면 돼.”

공자는 교육을 열심히 하여서 대강 넘어가려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노자가 세상 물정에 대해서는 상당한 경험자라고 생각하여 숙연히 돌아왔다.

학교에 도착하니, 헉, 플래카드가 잔뜩 붙어 있었다.

‘파시스트 되어가는 공아무개 타도하자.’

공자는 사태가 점차 커지리라는 것을 깨닫고 노자의 묘책을 채택하기로 했다. 그는 뒷문으로 몰래 들어가서 자기 방에서 졸업장 몇 장을 작성한 다음 히죽히죽 웃으며 재여와 자로 무리를 찾았다. 그들을 발견하고는 재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친구, 이 졸업장을 받아 주세요. 오후에도 수업할 필요 없이 내가 모두에게 밥라도 간단하게 대접하면 어떠하겠습니까?”

여러 현자들의 얼굴에 즐거운 기색이라고는 없었고, 자로가 대표로 발언했다.

“우리가 선생에게 명령하는 것은 우선 내일 우리 학교에 여학생을 모집할 것, 둘째로는 이후로 시험이 없을 것, 세 번째, 낮잠을 필수과정으로 지정할 것, 마지막으로 재여에게 서면으로 사과할 것.”

공자는 하나하나 동의하고는 즉시 재여에게 서면으로 사과문을 써 주었다. 이리하여 한바탕 파문이 확대되지 않았다 치고, 나중에 재여 등은 72현이 되었으며, 공자는 죽는 날까지 파시스트화하지 않았다.

노사 [낮잠 파문] http://www.hxqw.com/wxxsgl/zgwxmz/200605/2523.html

史記, 刺客列傳, 예양 편

예양은 진(晉) 사람이다. 원래 범씨와 중항씨를 섬겼지만 이름이 알려진 일이 없었다. ((진(晉)의 6경: 지, 범, 중항, 한, 위, 조. 지씨가 범씨와 중항씨를 멸망시키고 한씨, 위씨, 조씨가 지씨를 멸망시킨 다음 한, 위, 조의 후손이 진을 셋으로 나누어 가진다.)) 그들을 떠나서 지백을 섬겼더니 지백이 그를 매우 존중하고 아껴 주었다. 지백이 조 양자를 공격하자 조 양자는 한, 위와 함께 지백을 같이 무너뜨리려고 계획을 세웠다. 지백을 멸망시킨 다음에는 그의 땅을 셋이서 나누어 가졌다. 조 양자는 지백에게 가장 큰 원한을 품고 있던 터라서, 그의 머리에 옻칠한 다음 잔을 만들었다. 예양은 산속으로 도망쳐서 이렇게 말했다.

“아!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를 위해 얼굴을 꾸민다. 지백께서 나를 알아주셨으니까, 나는 반드시 복수를 하고 죽어서 지백께 보고를 드리겠다. 그래야 내 영혼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이름을 고치고 징역수로 가장하여 궁궐에 들어가서 변소의 벽을 발랐다. 품 속에 비수를 끼고 양자를 찌를 생각이었다. 양자가 변소에 갔는데 심장이 두근거려서 변소의 벽을 바르는 징역수를 조사해 보니 예양이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지백을 위해 원수를 갚겠다!”

주위 사람들이 예양을 죽이려고 했지만, 양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의로운 사람이니까 내가 조심해서 피하면 된다. 그리고 지백이 죽고 후사가 없는데 그의 신하가 원수를 갚으려고 하다니, 세상에 꼽을 만큼 뛰어난 인물이다.”

결국 그를 풀어주어서 보냈다.

그 뒤로 예양은 또 자기 몸에 옻칠해서 문둥병자로 가장하고, 숯을 삼켜서 목을 쉬게 하는 등 자기 형상을 못 알아보게 하였다. 시장에서 구걸하면서 돌아다녔는데 그의 아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의 친구를 보러 가자 친구가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너 예양 아니야?”

“나 맞아.”

친구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너는 재능이 있으니까,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어서 양자를 섬기면 양자는 분명히 너를 가까이 두고 잘해줄 거야. 그가 너를 측근으로 두고 신임하게 되면 네가 원하는 것을 하기 쉽지 않을까? 자기 몸을 잔인하게 학대해 가면서 양자에게 복수하려고 하다니 어떻게 어렵지 않을 수 있겠어?”

예양이 대답했다.

“남에게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어서 섬긴 다음에 그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면, 자기 임금을 섬기면서 두 마음을 품는 일이야. 지금 내가 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지. 하지만 이렇게 해서, 이 세상에서 다음 세대에 신하가 되어서 두 마음을 품고 자기 임금을 섬기는 놈들을 부끄럽게 만들겠어.”

그 뒤로 시간이 흘러 양자가 밖에 나갈 때, 예양은 양자가 지나갈 다리 아래에 숨어 있었다. 양자가 다리에 도착하자 말이 놀랐다.

“이것은 분명히 예양 때문이다.”

사람을 시켜 조사해 보았더니 역시 예양이었다. 그래서 양자는 예양을 책망하였다.

“그대는 예전에 범씨와 중항씨를 섬기지 않았나? 양자가 범씨와 중항씨를 모두 멸망시켰지만, 그대는 원수를 갚기는커녕 지백에게 예물을 바치고 그의 신하가 되었지. 지백도 이미 죽었는데 그대가 지백만을 위해서 복수하는 것이 어째서 그렇게 집요한가?”

예양이 대답했다.

“제가 범씨와 중항씨를 섬겼지만, 범씨와 중항씨는 모두 저를 그저 그런 사람 중 하나로 대우해서 저도 그저 그런 사람처럼 그들에게 보답했습니다. 지백께 갔더니 그분께서 저를 나라의 인재로 대우해 주셨기에 저도 나라의 인재로 그분께 보답하는 것입니다.”

양자는 아득하게 한숨을 내쉬더니 울면서 말하였다.

“아, 예 선생! 그대가 지백을 위하는 것은 명분이 섰지만 내가 그대를 용서하는 것도 이미 할 만큼 했다. 그대는 스스로 살 길을 찾아보라, 나는 그대를 다시 석방하지 않는다!”

병사들에게 예양을 포위하도록 하였다. 예양이 말하였다.

“저는 현명한 군주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숨기지 않고, 충성스러운 신하는 명분을 위해 죽는 도리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군주께서 저를 관대하게 용서하셔서 온 세상 사람들이 어질다고 칭송합니다. 오늘 일로 저도 죽음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군주의 옷을 얻어서 치면, 그래서 복수의 뜻을 다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만, 마음을 털어놓아 봅니다.”

양자는 매우 의롭다고 생각하여 심부름꾼에게 자기 옷을 넘겨서 예양에게 주었다. 예양은 칼을 뽑고 세 번 뛰어올라서 옷을 쳤다.

“내려가서 지백께 보고를 드릴 수 있겠다!”

그리고는 칼 위로 엎어져서 자살하였다. 그가 죽은 날, 조의 뜻있는 이들은 그 소식을 듣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

사마천, [[사기]] [제26권 자객열전] http://www.xysa.net/a200/h350/01shiji/t-086.htm

韓非子, 外儲說 左上: 한비의 특정 지역 비하 개그

어떤 정(鄭) 사람들이 나이를 가지고 싸웠다.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요(堯)임금과 동갑이야.”
또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황제(黃帝)의 형하고 동갑이다.”
이 일로 소송까지 걸었지만, 결판을 낼 수 없었다. 제일 마지막에 그만두는 사람이 이길 수밖에.

정현(鄭縣) 사람 복자(卜子)가 아내에게 바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아내가 물었다.
“새 바지는 어떻게 만들까요?”
남편이 대답했다.
“내 옛날 바지처럼 해요.”
그래서 아내는 새 옷을 뜯고 낡은 바지처럼 만들었다.

어떤 정현(鄭縣) 사람이 수레의 멍에를 줍고는 이름을 몰라서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이건 어떤 종류인가요?”
“멍에네요.”
얼마 못 가서 또 하나를 주웠다.
“이건 어떤 종류인가요?”
“멍에잖아요.”
질문을 했던 사람이 버럭 화를 내었다.
“아까도 멍에라고 해 놓고 이번에도 또 멍에라고 하다니, 뭐가 그렇게 많은 거냐? 너 나한테 사기 치는 거지!”
결국 싸움질이 벌어졌다.

정현(鄭縣) 사람 복자(卜子)의 아내가 시장에 갔다. 자라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영수(穎水) 강가를 지나다 보니 자라가 목이 마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놓아서 물을 마시게 했는데 결국 자라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정현(鄭縣)에 굴공(屈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적이 쳐들어왔다는 말을 들으면 무서워서 죽은 척했다가 두려움이 가라앉으면 살아났다.

한비, [[한비자]] [외저설 좌상] http://chinese.dsturgeon.net/text.pl?node=2301&if=en

嵇康, 與山巨源絶交書

2008년 12월 20~21일
[산도 선생에게 보내는 절교장]

1.

혜강입니다. 예전에 영천 태수에게 내가 벼슬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지요. 나는 항상, 그 말이 나를 잘 알아서 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벼슬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그대에게 충분히 알려진 적이 없는데 그대는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지 말입니다. 작년에 하동에서 돌아왔을 때 그대가 그대의 자리에 나를 앉히려고 논의했다는 이야기를 공손숭 선생과 여안 군에게 들었습니다. 그 일이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그대가 처음부터 나를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데다가, 웬만한 일은 관용을 베풀 수 있고 책망하는 일이 적습니다. 그러나 나는 직설적이고 마음이 좁아서 참아낼 수 없는 것이 많고, 그대와는 우연히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대가 승진했다는 소식을 요사이에 듣고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요리사가 혼자 도살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축문 읽는 사람을 끌어들여서 자기를 거들어 손에 칼을 잡고 짐승 비린내로 몸을 더럽히게 만든다고 하는데, 그대도 그렇게 할까봐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하나하나 설명하겠습니다.

2.

예전에 책을 읽다가 모든 미덕을 갖춘 인물이 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런 인물은 없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이제서야 정말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못 참는 것이 있으면 절대 억지로라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 공론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세상 일에 통달한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통달한 인물은 모든 것을 참을 수 있고, 겉으로 보아서는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마음 속으로는 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세상의 조류에 함께 하고 회한을 품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자와 장자는 나의 스승인데 보잘것없는 직업에 몸소 종사하였고, 유하혜와 동방삭은 통달한 사람인데도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에 만족하였습니다. 내가 어떻게 감히 그분들을 얕잡아 보겠습니까! 또 공자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였고 마부가 되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문은 경이나 재상이라는 지위를 원하지 않았지만 세 번이나 영윤(초의 재상)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것이 바로 군자가 세상을 돕기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이른바 통달은 모든 대상에게 선의를 품으면서 생각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자, 곤란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만족하고 번민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사실로 관찰하면 요와 순이 세상의 임금으로 있었던 것, 허유가 바위 틈에 숨은 것, 장량 선생이 한을 보좌한 것, 접여가 노래를 부르며 돌아다닌 것 등은 모두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군자를 존경하는 이유는 자신의 뜻을 실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자의 여러 행동을 보면 가는 길은 각기 다르더라도 지향점은 일치합니다. 바로 본성을 따라 움직이고, 각자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고위직에 오른 사람은 사표를 쓰는 일이 없고 산으로 올라간 사람은 되돌아오는 일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연릉 계자가 자장의 풍격을 높이 평가하고 사마상여 선생이 인상여의 꿋꿋한 태도를 우러른 이유는 그들을 지탱하는 뜻과 정신을 아무도 빼앗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도 상자평과 대효위의 전기를 읽을 때마다 감개하면서 그들을 흠모하고 그들의 됨됨이를 떠올려 봅니다.

나는 어렸을 때 아버님을 여의고 어머니와 형의 귀여움만 받느라 유가 경전은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또 성격이 허술하고 게으르며, 근육은 물렁거리고 살은 축 늘어졌습니다. 얼굴은 언제나 한 달 보름이 되도록 씻지도 않는데 그다지 가려운 줄도 모르겠고 목욕을 할 마음이 들지도 않습니다. 항상 소변이 보고 싶어도 참고 앉아 있다가 뱃속에서 거의 출렁거릴 때가 되어서야 일어납니다. 그리고 제멋대로 산 지가 오래 되어서 마음가짐이 건방진 주제에 끈기도 없습니다. 형식을 따지지 않는 성격과 세상의 예의는 상충하지만, 게으름과 태만함은 서로 잘 맞아서 비슷한 무리들에게는 너그러운 대우를 받고 잘못을 공격받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장자]]와 [[노자]]를 읽고 방종하는 버릇이 더 심해져서 생산적인 일을 해 보려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없어지고 현실을 내버려 두려는 생각만 점점 커져 갑니다. 이것은 사슴을 잡는 것과 같습니다. 사슴이 어렸을 때 훈육을 받으면 조련과 제약에 복종하지만, 다 크고 나서 굴레를 채우면 머리를 맹렬히 흔들면서 끈을 풀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금재갈로 꾸미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더라도 오히려 그럴수록 울창한 숲을 그리워하고 무성한 풀을 생각합니다.

3.

완적 선생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입에 담지 않습니다. 나도 늘 그분을 본받고 싶지만 잘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분은 타고난 성품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서, 술을 조금 지나치게 마시는 것 이외에는 매사에 흠을 잡을 수 없습니다. 예법을 지킨다는 선비들은 그분을 탄핵하고 원수라도 진 듯 미워하지만 다행히도 대장군이 그분을 보호해 줍니다. 나는 완적 선생보다 자질이 떨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게으르고 안이하다는 결점이 있고, 사람 사이의 정이라는 것도 잘 모르며, 요즘 세상의 정세에도 어둡습니다. 만석군처럼 신중하기는커녕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버리기를 좋아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다가, 일을 해 본 지도 오래 되었고, 못된 습관과 불화만 나날이 심해지는데, 걱정거리가 없기를 바라더라도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또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켜야 할 예의가 있고 조정에는 따라야 할 법이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러한 예법 중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 일곱 가지와 절대로 불가능한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나는 드러누워서 늦잠 자기를 즐기는데 수위가 불러 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첫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점입니다.
  2. 내가 거문고를 끼고 노래를 부르면서 돌아다니거나 들판에서 사냥과 낚시라도 하려고 하면 동료나 부하 직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엉뚱한 짓을 할 수가 없는 것이 두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점입니다.
  3. 나는 잠시만 정좌를 해도 다리가 저려서 움직일 수 없고 몸에 이가 많아서 긁어 대기를 멈출 수 없는데 제복 속에 파묻혀서 상관 앞에서 손을 맞잡고 허리를 조아리거나 몸을 엎드려서 절을 드려야 하는 것이 세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점입니다.
  4. 나는 원래 편지 받기를 불편해하고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면 일이 많아서 책상 위에 편지가 쌓이고, 답장을 하지 않으면 예의에 어긋나고 의리를 저버리게 되니까 어떻게든 억지로 써 보려고 해도 결국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 네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5. 나는 상가에 문상 가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사람들 사이의 도덕에서는 그런 것을 중시하므로 용납해 주지 않는 사람들의 원망의 대상이 되어 헐뜯김을 당할 것입니다. 아무리 진지하게 자책해 보아도 성격은 바뀌지 않고, 마음을 억누르고 세상에 고분고분하려고 하면 본성에 어긋나게 됩니다. 이렇게 소인배들에게 비난도 칭찬도 받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 다섯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6. 나는 세상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반드시 참여해야 할 공동 작업이 생기거나 손님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떠드는 소리가 귀에 요란스럽게 울리는 시끄럽고 역겨운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 앞에서 갖가지 재주를 부려야 하는 것이 여섯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7. 나의 본심은 번잡한 것을 참을 수 없는데 관청의 사무로 손이 묶이고 기밀 업무에 마음이 얽매이며 인간 관계로 생각이 답답해지는 것이 일곱 번째로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1. 나는 항상 탕과 무왕을 비난하고 주공과 공자를 대단찮게 여깁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감출 수 없을 터인데 이런 일이 알려지면 세상의 통념에 수용되지 못합니다. 이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이유 첫 번째입니다.
  2. 나는 성질이 억세어서 내가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질색을 하고 그저 내키는 대로 경솔하게 행동할 뿐 완곡하게 돌려서 표현할 줄은 모르는데다가 일이 생기면 곧바로 말을 내뱉아 버립니다. 이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이유 두 번째입니다.

나의 째째한 성격 탓에 이렇게 아홉 가지나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깥에서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 속에서 병이 생길 것인데 어떻게 사회 생활을 오래 할 수 있겠습니까?

4.

또 나는 도가에서 삽주나 죽대 같은 풀을 먹으면 사람이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전하는 말을 듣고 진심으로 믿고 있고, 산이나 연못에서 노닐면서 물고기와 새들을 관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일단 관청에서 일하게 되면 이런 것들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어떻게 좋아하는 것을 버리고 싫어하는 것을 따를 수 있겠습니까!

5.

사람을 알아 준다는 것은 그의 천성을 존중하고 지켜낼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입니다. 우는 백성자고를 괴롭히지 않고 그의 꿋꿋한 태도를 전적으로 인정해 주었으며, 공자는 자하에게 우산을 빌리지 않고 그의 단점까지 비호해 주었습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제갈량 선생은 서서 선생을 억지로 촉으로 오게 하지 않았고, 화흠 선생은 관녕 선생을 강제로 재상이 되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곧은 나무로 수레바퀴를 만들 수 없고 휘어진 나무로 직육면체 상자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은 그대도 보았을 것입니다. 타고 난 자질을 굽히고 싶지 않아서 자기 용도를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 농, 공, 상은 직업을 가지고 각기 지향점을 찾아서 즐깁니다. 통달한 사람은 그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만큼 그대도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겠지요.

나 자신이야 장포라는 모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강인한 월 사람들은 그것을 번듯한 관으로 씁니다. 또 썩는 냄새를 싫어하더라도 원앙을 기르려면 죽은 쥐를 먹여야 합니다. 나는 최근 양생술을 공부하여 화려한 명예를 멀리 하고 재미를 잃은 채 적막한 데서 마음을 노닐게 하고 무위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아홉 가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대가 좋아하는 것에는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또 마음의 근심과 걱정이 요즘 들어 점점 심해집니다. 혼자 자문해 보아도 역시 즐기지도 않는 일을 견딜 수는 없습니다.

나의 생각을 고찰해서 이미 설명을 마쳤습니다. 가던 길이 막히면 멈추면 될 뿐 그대가 원망할 것도 없습니다. 억지로 가 보았자 구덩이에 빠집니다.

6.

나는 최근에 어머님과 형님의 사랑을 잃어서 늘상 처절한 기분입니다. 또 열세 살 난 딸과 여덟 살 먹은 아들은 아직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병치레까지 잦으니 이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소원은 변변치 못한 집이라도 지키면서 자손을 기르다가 이따금 친구들에게 격조했던 소식이나 전하고 탁주 한 잔을 기울이며 거문고 한 곡을 타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대는 끝도 없이 나를 강요하기보다는 관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을 구해서 요즘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그대는 내가 게으르고 참을성이 없으며 성격이 거칠고 매사에 소홀해서 사회 생활에 맞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지요.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나는 모든 점에서 요즘 세상의 유능한 인재보다 못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명예롭고 화려한 인생을 좋아한다고 해도 혼자 떨어져 나올 수 있음을 기뻐하는 것, 이것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입니다. 재주가 뛰어나고 도량이 넓은 사람은 모든 것에 통달했기 때문에 세속적인 꾀를 부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므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저 질병과 걱정이 많아서 일거리에서 떠나 나 자신을 건사하면서 여생을 보낼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통달은커녕 모자란 것뿐입니다. 거세된 환관을 보고 동정을 지킨다고 칭찬할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굳이 나와 함께 벼슬길에 오르려고 하는데, 서로 마음이 맞아서 날마다 즐거워지면 좋겠지만 나는 일단 압박을 받으면 어김없이 난폭한 성질이 도집니다. 나에게 깊은 원한이라도 있는 것이 아니면 이러한 상황으로 이끌지 않는 법입니다.

7.

등에 햇볕이 내리쬐는 것이 상쾌하고 미나리가 맛있다고 생각한 시골 농부가 임금에게 그것을 바치고 싶어했다고 하지요. 정성에서 우러나온 뜻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은 벌써 멀어졌습니다. 그대도 그 농부 같은 일을 하지 않기 바랍니다. 제 뜻이 이러한 것은 이미 그대에게 충분히 풀어 놓았으니 이제 결별을 고합니다.
혜강 씀.

혜강 [산도 선생에게 보내는 절교장] http://59.42.244.63:8088/datalib/2003/Literature/DL/DL-182498

鲁迅, 死火

꿈 속에서 보니 내가 얼음산 속을 마구 달리고 있었다.

크고 높은 얼음산, 그 꼭대기는 얼음하늘에 닿아 있었다. 하늘 위에는 얼어 붙은 구름이 자욱했고, 구름 조각 하나 하나가 마치 물고기 비늘 같았다. 산기슭에는 얼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가지며 이파리가 모두 소나무나 삼나무처럼 뾰족했다. 이 모든 것이 얼음처럼 차갑고 희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나는 얼음골짜기 속으로 떨어졌다.

아래 위 사방으로 모든 것이 얼어 붙어서 희푸른 빛이었다. 그런데, 온통 희푸른 얼음 위에, 붉은 그림자가 산호 그물처럼 무수히 얽혀 있었다. 몸을 구부려서 발 아래를 보니 불꽃이 하나 있었다.

죽은 불이었다. 이글거리는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전체가 얼어붙어서 산호 가지처럼 생겼다. 뾰족한 끝에 아직 응고된 연기가 남아 있는 것을 보니 불의 저택에서 막 빠져 나와서 말라 붙어 버렸으리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이 죽은 불이 얼음으로 된 네 벽면에 비쳐서 서로 반사되어 셀 수 없이 많은 그림자를 만들어 내어 이 얼음 골짜기를 붉은 산호빛으로 물들였다.

하하!

내가 코흘리개 시절 질주하는 군함에서 솟구치는 물보라나 커다란 용광로에서 분출되는 불꽃을 보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냥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똑똑히 보고 싶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어서 고정된 형태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아무리 응시해 보아도 어떠한 일정한 흔적을 남기는 일이 없었다.

죽은 불꽃이여, 이제 내가 먼저 그대를 손에 넣었다네.

내가 죽은 불을 자세히 보고 싶어서 주워 올리자 그 냉기가 내 손가락을 태웠다. 그러나 나는 꾹 참고 호주머니에 그를 넣었다. 갑자기 얼음골짜기 사면이 완전히 희푸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얼음골짜기를 빠져 나갈 방법을 계속 모색하였다.

내 몸에서 검은 연기가 한 줄기 피어올라서 철사로 만든 뱀처럼 솟아올랐다. 곧바로 큰 불이라도 모인 듯 얼음골짜기 사면이 붉은 불꽃의 요동으로 가득 차서 나를 둘러쌌다. 나는 고개를 숙여 보았다. 죽었던 불이 타올라서 내 옷을 모조리 태워 버리고 얼음땅 위를 흐르고 있었다.

“앗, 친구여! 그대 온기로 나를 깨워 주었군요.”

나는 얼른 그에게 인사를 하고 이름을 물었다.

“나는 옛날에 어떤 사람들에게 얼음골짜기로 버림을 받았지요.” 그는 묻지도 않은 말로 대답하였다. “나를 버린 놈들은 벌써 죽어서 소멸해 버렸어요. 나도 꽁꽁 얼어서 죽을 뻔했고요. 그대가 나에게 따뜻한 열기를 주어서 다시 타오르게 해 주지 않았다면, 나도 오래 못 가서 죽었을 거예요.”

“그대가 깨어나니 나도 기쁘군요. 나는 얼음골짜기를 빠져 나갈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대를 데리고 나가서 다시는 얼어붙지 않고 영원히 타오르게 해 주고 싶어요.”

“아앗! 그러면 나는 전소해 버리잖아요!”

“그대가 전소하면 나도 슬프지요. 그러면 그대를 여기 두고 가야겠군요.”

“아앗! 그러면 나는 얼어 죽어 버리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러는 그대는 어쩌려고요?” 그가 반문했다.

“나는 벌써 이야기했잖아요. 이 얼음골짜기를 빠져 나가겠다고……”

“그러면 나는 전소해 버리겠어요!”

그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붉은 혜성처럼 뛰어 올라서 나와 함께 얼음골짜기 출구로 나갔다. 갑자기 커다란 돌수레가 달려와서 나는 바퀴에 깔려 죽었지만, 그래도 그 수레가 얼음골짜기로 떨어지는 것은 볼 수 있었다.

“하하! 너희는 더 이상 죽은 불을 만날 수 없어!”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듯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1925년 4월 23일

노신 [[들풀]] [죽은 불] http://www.tianyabook.com/luxun/poem/005.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