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술자리개그/ [[사기]] [골계열전] 일부

Serotonin 님과 트윗을 주고받다가 술은 같이 마시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아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젯밤 술김에 신나서 번역하다가 어려운 한자가 많아서 그냥 저질 언어학 개그로 넘어갔는데, 오늘 사전을 찾아가면서 나머지 부분을 옮겼다. 순우곤 이 아저씨, 즐거운 술자리를 실컷 상세하게 묘사한 다음 정색을 하고 `그러니까 이러지 말자는 거죠.’라고 수습하다니, 참 치사해서 사랑스럽다. 게다가 그 결과로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니 부럽기 짝이 없다.

+물론 이 저질개그 자체는 Serotonin 님과 아무 상관이 없다.

제(齊) 위왕(威王)은 매우 기뻐하면서 후궁에서 주연을 베풀고는 순우곤을 불러서 그에게 술을 하사했다.

“선생은 얼마나 마셔야 취하는가?”

“저는 한 말(1.94리터)로도 취하고 한 섬(=열 말=19.4리터)으로도 취합니다.” (( http://ja.wikipedia.org/wiki/斗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을 보면 1말이 주(周)대에는 1.94리터, 진(秦)대에는 3.43리터라고 되어 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전국 시대니까 주를 기준으로 했다. ))

위왕이 물었다.
“선생이 한 말을 마시고 취한다면 어떻게 한 섬이나 마실 수 있겠나! 그 설명을 들어볼 수 있을까?”


순우곤이 말했다.
“임금님 계신 곳에서 술을 하사하실 때는 법을 집행하는 관리가 곁에 있고 궁정 호위병·서기가 뒤에 있어서 제가 두려워하면서 엎드려 마시므로 고작 한 말에 금세 취해 버립니다.
부모님께 엄격한 손님이 계셔서 제가 가죽 토시를 끼고 앞에서 술 시중을 들면서 남은 술을 받아 마시고, 술잔을 받들고 장수를 기원하려고 여러 차례 자리에서 일어나다 보면, 겨우 두 말을 마시고 금세 취해 버립니다.
친구를 사귀었는데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갑자기 서로 마주쳤을 때 기뻐하면서 옛날 일을 이야기하고 개인적인 사정을 서로 말하다 보면, 대여섯 말은 마셔야 취합니다.
만약 마을 모임에서 남녀가 섞여 앉은 채 술판을 벌이고 자리에 붙어서 육박이나 투호 같은 게임을 하기도 하고 서로 끌어다가 무리를 이루고, 손을 잡는 것을 벌주지 않고 눈을 쳐다보는 것을 금지하지 않으며, 앞에는 귀걸이가 떨어져 있고 뒤에는 비녀가 남아 있을 정도라면, 저는 이런 것을 은근히 좋아해서 (( 나도. )) 여덟 말을 마시고도 취하는 것은 두세 번 정도입니다.
날이 저물어서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서로 잔을 합치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남녀가 자리를 같이하고 신발이 막 섞이고, 술잔이며 소반이 깔개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와중에, 집안의 불이 꺼지면 주인은 저를 남기고 손님들을 보내는데, 웃옷을 벌리고 옷깃이 풀리면서 은은한 향기가 풍기면, 이런 일을 겪을 때 제 마음은 최고로 기뻐져서 (( 나……도? )) 한 섬도 마실 수 있습니다.
옛말에 `술이 극에 달하면 어지러워지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퍼진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말은 극에 달하면 안 된다. 극에 달하면 쇠퇴한다.’라고 했습니다.”

풍자로써 그에게 충고한 것이다.

왕이 말했다.
“좋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마시는 것은 그만두고 순우곤에게 외국 사절 접대 업무를 맡겼다. 종실에서 주연을 베풀면 항상 순우곤이 곁에 있었다.

사마천. [[사기]] [126. 골계열전]. 원문: 위키소스 중국어판
http://zh.wikisource.org/wiki/%E5%8F%B2%E8%A8%98/%E5%8D%B7126#.E6.B7.B3.E4.BA.8E.E9.AB.A1

한문 해석에 참고한 사이트

6 thoughts on “/저질술자리개그/ [[사기]] [골계열전] 일부”

    1. 엄훠나 나는 여기서 개그를 하지 않았어. 순우곤의 개그를 한국어로 옮겼을 뿐이야. ㅋㅋ 이 개그의 핵심은 `술자리에서는 위아래 따지지 말고 맘껏 놀아요~’ 같은 자연스러운 결론 대신 나오는 허무한 반전!

    1. @Serotonin
      이럴 때는 “저런 저질 개그에 내 이름을 들먹이다니 용서할 수 없다!”하고 버럭 하셔야…… ㅋㅋ
      실제로 할 줄 아는 언어는 한국어뿐입니다. 그나마 언어학과 물을 조금 먹으면 한국어 화자로서 자신의 직관에조차 회의를 품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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