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웅, [[법언]]

양웅은 서한 말의 `언어학자’라는 설명 때문에 이름만 기억해 둔 정도였다. 여러 해 동안 그 상태에 있다가 2009년 2학기 늦가을이 되어서야 [[법언]]을 읽어 보았다. 시험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한 흥미가 300% 증가할 때인데도 정말 재미가 없었다. 다음에는 언어학자로서 썼다는 [[방언]]을 보아야겠다.

한문 원문은 자유문고에서 나온 번역서(최형주 역, 1996년 출간)에서 가져 왔고, 한국어로는 내가 따로 옮겼다.

[10. 중려(重黎)] 중에서
或問: “趙世多神, 何也?”
누군가가 물었다.
“조 시대에 신비한 일이 많았던 것은 어째서입니까?”

번역서에는 진(秦) 왕실이 조(趙)씨였다는 점에서 `진대에’ 신비한 일이 많았다고 되어 있지만, 나는 [[사기]]의 [조세가]가 먼저 떠올랐다. 진, 조 중 어느 쪽이든 [[사기]]의 [본기]와 [세가]에서 웬만한 괴담은 [진(秦)본기], [진시황본기], [고조본기], [금상(=무제)본기], [조세가]에 집중되어 있어 있었던 것 같다. 진 시황이나 한 고조는 창업 군주에게 갖다 붙이는 전설만 해도 상당할 터이고, 또 진 시황과 한 무제가 워낙 신선에 집착했으니까 창작 괴담이나 방사에게 사기당한 이야기가 충분히 있을 만하다. 결국 [조세가]만 붕 뜨는 기분이다. 다른 제후국의 [세가]에는 괴담이 거의 없다. 진 시황의 어머니가 조 출신이라서 분서갱유 때 조의 역사책만 남겨 놓았다는 이야기를 몇 년 전에 어느 책에서 읽었지만, 아무래도 그럴듯한 설명은 아니다.

어쨌든 여기서, 나도 궁금했어요. 왜 조에만 신비한 이야기가 많을까효? 드디어 답을 얻을 수 있는 거야? 두근두근…… 잠깐, 여기서 `子罕言怪力亂神, 선생님께서는 괴담이나 폭력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으셨다.’ (([[논어]] [자한])) 라고 하면 반칙이야. 실망할 거야. 삐칠 테야.

(계속)
曰: “神怪茫茫, 若存若亡, 聖人曼云.”
대답했다.
“귀신 이야기나 괴담은 아득해서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다. 성인께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으셨다.”

OTL

양웅이 한 무제의 증손자인 선제 때 살았으니까, 무슨 문제를 들고 와도 공자님 말씀으로 아닥시키는 것이 무려 서한 후반부터 가능했다는 말이군효ㄷㄷㄷ

그래도 저자와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살았던 사람에 대한 평가는 조금 재미있었다.

[12. 군자] 중에서
乍出乍入, 淮南也; 文麗用寡, 長卿也; 多愛不忍, 子長也. 仲尼多愛, 愛義也; 子長多愛, 愛奇也.
[대략 유학자가 긍정적으로 볼 만한 어떤 것에] 잠깐 나갔다가 잠깐 들어왔다 하는 이는 회남왕(유안)이다. 문장이 화려하고 쓰임새가 적은 이는 사마상여 선생이다. 애착이 많아서 참지 못했던 이는 사마천 선생이다. 공구 선생이 애착이 많았던 것은 의로운 것을 사랑했기 때문이지만, 사마천 선생이 애착이 많았던 것은 신기한 것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신기한 것에 대해서 못 참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니 남 이야기 같지 않다. 😀

그나저나 수십 년이 지나고 왕충은 [[논형]]에서 공자님 말씀 하나하나에 꼬투리를 잡는데…… 중앙도서관에서 [[논형]]을 빌렸을 때는 도피하기 곤란할 만큼 시험이 닥쳐서 다 읽지는 못했으니까 다음 기회에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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