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phonetics

/저질언어학개그/ 조음 음성학은 어떻게 키스에 도움이 되는가

[ [저질 언어학] 개그 ]가 아니라 [ 저질 [언어학 개그] ]입니다.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애교를 부리다가 이불 속에 들어와서 아래 글을 썼다. 나는 주사를 말로 부리는 편인 것 같다. 행동으로 하는 쪽이 오히려 뒤끝이 없을 것 같은데. 이것은 언어학 개그가 아니라 자학 개그다. OTL

조음 음성학에서는 말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방식을 다룹니다. 인간의 말소리는 공기가 폐나 목, 입, 혹은 입 밖으로부터 코나 입을 거쳐서 들어가거나 나오면서 생기는데, 이때 각 소리의 특성은 주로 코와 입 안의 모양에 따라 결정되고, 코와 입 안의 모양은 혀와 입술, 목젖, 여린입천장 등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공기가 통과하는 소리통 역할을 하는 코와 입 안의 모양을 결정하는 신체 부위를 조음 기관이라고 하고, 조음 기관 중에서 인간이 자기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각각 능동부와 수동부라고 부릅니다. 조음 음성학에서는 능동부의 어떤 부분이 수동부의 어떤 부분에 어느 정도로 가까이 가는지를 가지고 말소리를 기술하므로, 결국 대표적인 능동부인 혀와 입술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을 주로 공부합니다. 따라서 조음 음성학의 지식은 혀와 입술의 움직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위인 키스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우선 모국어의 음성학을 배우는 단계에서는 이미 익숙한 소리의 조음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자기가 혀와 입술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구체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는 외국어의 음소, 혹은 더 나아가서 추상적인 소리를 기술하고 조음해 보면서 자기의 혀와 입술의 움직임을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훈련을 받으면 키스를 할 때 단순히 `감’에 따라 깨물거나 비비거나 핥거나 빠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가 어디를 자극받고 있는지와 어디를 어떻게 자극해야 할지를 아는 동시에 목표한 자극을 위해 자기의 혀와 입술을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훈련은 실제 키스 경험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공연히 서투른 키스로 상대에게 부끄러운 흑역사를 남길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너무 능숙한 테크닉 때문에 상대가 과거를 의심하더라도, 조음 음성학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해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음 음성학은 키스 테크닉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상대를 안심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키스에 참여하는 두 사람이 모두 조음 음성학을 공부했다면 자기가 상대를 리드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의 요구를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까지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의미로 보면 키스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이인 합동 조음일 것입니다.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크렘 드 카카오 화이트(Crème de Cacao White)를 윤활제로 입안에 머금고 이인 합동 조음을 연습해 봅시다. 해피 발렌타인!

TIPA & Vowel : LaTeX에서 모음 사각도 그리기

언어학 페이퍼를 작성할 때 주로 사용하는 라텍(계속 레이텍이라고 했지만, CaCeC를 [CejCeC]로 읽는 것은 그다지 좋은 습관이 아닌 것 같다. /x/를 ㄱ으로 읽기는 아무래도 어색해서 라테흐라고 읽고 싶어도 언어학과 바깥에서는 통할 것 같지 않다.) 패키지로는 이 세 가지가 있다.

  • gb4e: 예문을 삽입한다. 특히 외국어 예문에서 형태소마다 의미를 설명하기에 적합하다.
  • qtree, parsetree, xytree: 통사 나무를 그린다. 언어학에서 쓰기에는 qtree가 제일 나은 것 같지만, oblivoir와 동시에 쓸 수는 없다. 동시에 쓰려면 명령어 이름 몇 개를 새로 정의해야 한다는데 귀찮아서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다.
  • TIPA: 국제 음성 기호를 쓴다. 구별 부호(diacritic)와 성조 기호까지 아름답게 나타낼 수 있다.

TIPA를 쓴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같은 폴더 안에 있는 vowel을 발견한 것은 겨우 며칠 전, 그것도 우연한 일이었다. 별생각 없이 vowel.tex을 열어 보았다가 첫 장부터 나오는 모음 사각도에 입이 딱 벌어졌다. “크아아악, 후쿠이 레이 선생님, 이런 보물을 개발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면서 기뻐서 펄쩍 뛰어올라 머리를 흔들다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괴성을 질렀다. 아무래도 감사의 표시로 맛 좋은 롤케이크와 홍차를 일본으로 보내야겠다. 라텍을 쓸 생각이 있는 언어학과 학생들은 모두 동참하시라.

어쨌든 모음 사각도가 생겼으니까 모음을 마구 찍어 보자. 아쉽게도 단모음 점찍기만 가능한 것 같지만, 언어학과 친구들에게 라텍의 이점을 알리기에 부족하지는 않다.

0. ko.TeXTIPA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usepackage{kotex} % 한글을 쓸 수 있어요.
\usepackage{tipa} % 국제 음성 기호를 쓸 수 있어요.
\usepackage{vowel} % 모음 사각도를 그릴 수 있어요.

1. 일단 기본 모음 사각도설명서 그대로 만들어 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기본 모음 찍기: \putcvowel[모음 이름 위치]{모음 이름}{기본 모음 번호}

Cardinal Vowels

\begin{vowel}
\putcvowel[l]{i}{1}
\putcvowel[r]{y}{1}
\putcvowel[l]{e}{2}
\putcvowel[r]{\o}{2}
\putcvowel[l]{\textepsilon}{3}
\putcvowel[r]{\oe}{3}
\putcvowel[l]{a}{4}
\putcvowel[r]{\textscoelig}{4}
\putcvowel[l]{\textscripta}{5}
\putcvowel[r]{\textturnscripta}{5}
\putcvowel[l]{\textturnv}{6}
\putcvowel[r]{\textopeno}{6}
\putcvowel[l]{\textramshorns}{7}
\putcvowel[r]{o}{7}
\putcvowel[l]{\textturnm}{8}
\putcvowel[r]{u}{8}
\putcvowel[l]{\textbari}{9}
\putcvowel[r]{\textbaru}{9}
\putcvowel[l]{\textreve}{10}
\putcvowel[r]{\textbaro}{10}
\putcvowel{\textschwa}{11}
\putcvowel[l]{\textrevepsilon}{12}
\putcvowel[r]{\textcloserevepsilon}{12}
\putcvowel{\textsci\ \textscy}{13}
\putcvowel{\textupsilon}{14}
\putcvowel{\textturna}{15}
\putcvowel{\ae}{16}
\end{vowel}

2. 브라질 포르투갈어 비강 모음을 찍었다. 일반 모음은 사각도에서 왼쪽 위 꼭짓점을 {0px}{0px}으로 해서 오른쪽과 아래로 각각 이동한 픽셀만큼을 적어 준다.

브라질 포르투갈어 비강 모음 음가의 출처: BARBOSA, P.A. & E. C. ALBANO (2004), Brazilian Portuguese.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Phonetic Association 34 (2): 227-232.

모음 찍기:\putvowel[모음 이름 위치]{모음 이름}{가로 위치}{세로 위치}

Brazilian Portuguese Nasal Vowels

\begin{vowel}
\putvowel[l]{\~\i}{25px}{15px}
\putvowel[r]{\~u}{56px}{15px}
\putvowel[l]{\~e}{35px}{33px}
\putvowel[r]{\~o}{61px}{33px}
\putvowel[l]{\~\textturna}{52px}{46px}
\end{vowel}

3. 한국어 모음을 찍을 때는 점 대신 그 자리에 바로 음성 기호를 써 보았다. 글씨 크기를 매우 작게 줄여야 했다.

한국어 모음 음가의 출처: International Phonetic Association (1999). Handbook of the International Phonetic Associa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 120–122.

Korean Vowels in IPA

\begin{vowel}
\putvowel{\tiny i}{15px}{7px} %이
\putvowel{\tiny i\textlengthmark}{8px}{4px} %이:
\putvowel{\tiny e}{32px}{31px} %에
\putvowel{\tiny e\textlengthmark}{23px}{23px} %에:
\putvowel{\tiny \o}{37px}{29px} %외
\putvowel{\tiny \o\textlengthmark}{27px}{29px} %외:
\putvowel{\tiny \textepsilon}{36px}{35px} %애
\putvowel{\tiny \textepsilon\textlengthmark}{34px}{43px} %애:
\putvowel{\tiny a}{58px}{53px} %아
\putvowel{\tiny a\textlengthmark}{68px}{56px} %아:
\putvowel{\tiny \textturnm}{68px}{9px} %으
\putvowel{\tiny \textturnm\textlengthmark}{68px}{5px} %으:
\putvowel{\tiny u}{74px}{9px} %우
\putvowel{\tiny u\textlengthmark}{75px}{5px} %우:
\putvowel{\tiny o}{72px}{31px} %오
\putvowel{\tiny o\textlengthmark}{75px}{27px} %오:
\putvowel{\tiny \textturnv}{76px}{43px} %어
\putvowel{\tiny \textturnv\textlengthmark}{54px}{23px} %어:
\end{vowel}

4. 역시 점을 찍는 것이 나은 것 같아서 다시 점을 찍고, 국제 음성 기호 대신 한글로 모음 이름을 표시했다. 글씨 크기를 제일 작게 줄였는데도 가리는 글자가 생긴다.

Korean Vowels in Orthography

\begin{vowel}
\putvowel[r]{\tiny 이}{15px}{7px}
\putvowel[l]{\tiny 이\textlengthmark}{8px}{4px}
\putvowel[l]{\tiny 에}{32px}{31px}
\putvowel[l]{\tiny 에\textlengthmark}{23px}{23px}
\putvowel[r]{\tiny 외}{37px}{29px}
\putvowel[l]{\tiny 외\textlengthmark}{27px}{29px}
\putvowel[r]{\tiny 애}{36px}{35px}
\putvowel[r]{\tiny 애\textlengthmark}{34px}{43px}
\putvowel[l]{\tiny 아}{58px}{53px}
\putvowel[r]{\tiny 아\textlengthmark}{68px}{56px}
\putvowel[l]{\tiny 으}{68px}{9px}
\putvowel[l]{\tiny 으\textlengthmark}{68px}{5px}
\putvowel[r]{\tiny 우}{74px}{9px}
\putvowel[r]{\tiny 우\textlengthmark}{75px}{5px}
\putvowel[l]{\tiny 오}{72px}{31px}
\putvowel[l]{\tiny 오\textlengthmark}{75px}{27px}
\putvowel[l]{\tiny 어}{76px}{43px}
\putvowel[r]{\tiny 어\textlengthmark}{54px}{23px}
\end{vowel}

5.몇 달 동안 포스트로 쓰려고 생각만 하고 있던 소재를 모음 사각도에 그려 보았다. 전남과 경남 모음의 음가는 내 주관적 판단으로 표시했다.

Some Korean Dialects

\begin{vowel}
\putvowel[r]{\tiny 이(서울)}{8px}{4px}
\putvowel[r]{\tiny 이(전남)}{17px}{12px}
\putvowel[l]{\tiny 으(서울)}{68px}{5px}
\putvowel[r]{\tiny 으=어(경남)}{50px}{15px}
\putvowel[r]{\tiny 어\textlengthmark(서울)}{54px}{23px}
\end{vowel}

6. 모음의 위치를 픽셀로 표시하는 것보다는 사각도 내에서 상대적인 위치를 알려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px 대신 가로는 \vowelvunit, 세로는 \vowelhunit을 사용하면 된다. 그냥 (0,0)과 (2,3)을 잇는 선을 세로축으로 했다면 더 편했을 것 같다. 작은 사각형 내부에 있는 점의 위치를 계산하기가 좀 귀찮다. 어쨌든 상대 좌표를 구하는 데 참고하려고 각 꼭짓점의 좌표를 적어 보았다.

Vowel Coordinates

\begin{vowel}
\putvowel[l]{\tiny (0,0)}{0\vowelvunit}{0\vowelhunit}
\putvowel[r]{\tiny (2,0)}{2\vowelvunit}{0\vowelhunit}
\putvowel[r]{\tiny (4,0)}{4\vowelvunit}{0\vowelhunit}
\putvowel[l]{\tiny (0.66,1)}{0.66\vowelvunit}{1\vowelhunit}
\putvowel[r]{\tiny (2.33,1)}{2.33\vowelvunit}{1\vowelhunit}
\putvowel[r]{\tiny (4,1)}{4\vowelvunit}{1\vowelhunit}
\putvowel[l]{\tiny (1.33,2)}{1.33\vowelvunit}{2\vowelhunit}
\putvowel[r]{\tiny (2.67,2)}{2.67\vowelvunit}{2\vowelhunit}
\putvowel[r]{\tiny (4,2)}{4\vowelvunit}{2\vowelhunit}
\putvowel[r]{\tiny (3,3)}{3\vowelvunit}{3\vowelhunit}
\putvowel[l]{\tiny (2,3)}{2\vowelvunit}{3\vowelhunit}
\putvowel[r]{\tiny (3,3)}{3\vowelvunit}{3\vowelhunit}
\putvowel[r]{\tiny (4,3)}{4\vowelvunit}{3\vowelhunit}
\end{vow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