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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戱 (금문)

한자 `놀이 희'의 금문 그림

착용 사진이 없으니까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겠지만, 저 글자 하나가 A4용지 한 장에 꽉 들어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티셔츠 앞면 오른쪽 아랫부분에 찍어서 글자가 배꼽과 옆구리 사이에 들어온다.

한자 '놀이 희', 금문, 책 사진

금문(金文, Bronze inscriptions)이라고 찍기는 했는데, 위 책에 있는 글자와는 퍽 느낌이 다르다.  ((참고문헌 서지사항을 생략하는 만행을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며칠 내로 보충해 넣겠어요.)) 청동기 주형에 새기는 것과 천에 물감을 찍는 것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티셔츠에 찍은 글자는 획에 힘이라고는 없이 그저 둥글기만 해서 썩 기분이 나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릇이나 악기, 칼에 박는 글자를 옷에 그리는 것이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뒷북 언어학 아이템 몇 가지

2010년 2월 5일 본문 수정

1. “노언어학자는 죽지 않는다, 다만 흔적을 남길 뿐이다.”

Old linguists don’t die… they just leave a trace.

http://www.cafepress.com/+old_linguists_jr_hoodie,13969110 via PhD Comics – Grad Forum – On Academia – Linguists unite and geek out!

흔적을 남긴다는 표현은 다른 티셔츠 문구에 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블로그에서 쓰는 필명 /ti/의 의미를 한 가지 더 추가해도 되겠는데? 🙂

1.을 발견한 김에 몇 년 묵힌 소재까지 같이 내놓아 보자.

2. Speculative Grammarian

1.의 문구가 나온 http://shop.cafepress.com/linguists 여기에 있는 여러 아이템을 가만히 보니까, 상당수가 언어학 개그의 본거지 Speculative Grammarian에 나온 것들이다. SpecGram에는 아침 식사 시 성인의 평균 발화 길이에 커피 섭취가 미치는 영향 등 재미있는 글이 많아서, 앞으로 언어학 개그 창작에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데 좋은 자극이…… 안 된다. 좋은 언어학 개그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언어학 공부를 열심히 해야…… 흠흠흠.

3. CunninLynguists – Linguistics가 아니라Lynguistics

cunnin이든 뭐든 상관없어! 듣보잡 학과를 소환해주는 것만으로도 무조건 감사하는 거야! 우와아아앙! (( 하지만 `언어학’이 영어로 `linguistics’인 줄 모르는 타과생이 더 많을 거야. OTL ))

실제 가사는 언어학과 전혀 상관이 없지만, 바이올린 소리를 깔고 `언어학, 언어학, …’하는 훅 부분은 졸업 전에 한번은 써먹고 말겠다고 삼 년째 다짐하고 있다.

티셔츠를 입어 주세요

이 포스트는 2010년 1월 23일까지 최상단에 놓습니다. 또한 본문 퍼가기를 매우 권장합니다.

아래 문구가 적힌 옷이나 가방을 착용해 주실 분을 모집합니다.

Articulatory phonetics improves your kiss technique.
(조음 음성학을 공부하면 키스 테크니션이 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찍었던 어떤 도안들보다도 더 공들여서 만들겠습니다. 도안 형태도 가능한 한 입어 주실 분께서 원하시는 대로 짜겠습니다. 제작 비용은 물론, 배송비가 들더라도 제가 모두 부담하겠습니다. 받아서 서랍 속에 묵혀 두지 말고 입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입어 주실 분은 아래 사항을 원하시는 대로 기재하셔서 2010년 1월 23일까지 이메일을 보내 주세요.

  • 물건: 티셔츠, 와이셔츠, 가방 등
  • 색상
  • 치수

언어학 티셔츠: 언어학자 이도 선생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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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리미를 사 버렸다. 지폐 그림은 열전사, 글씨는 스텐실로 찍었다.

이 도안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점이 두 가지 있다.

  1. 실물 지폐를 확대해서 찍어도 괜찮을까?
  2. 한글이 `세상에서 제일 우수한’ 문자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어쨌든 이 티셔츠는 어느 학부생에게 생일선물로 주었다. 사실은 이 친구에게 선물할 작정으로 생각해 낸 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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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티셔츠: 사순흡착음 티셔츠 착용사진

원래는 여러 사람에게 같은 도안을 제공하지 않지만, 유학을 떠나는 선배에게는 예외로 해도 될 것 같다. 그쪽 사람들의 오리엔탈리즘을 자극하려고 한자까지 힘들여서 찍었다. 😛 드디어 제가 만든 도안이 미 합중국의 대도시까지 진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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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티셔츠: 언어학자가 입고 있어요

#0 학생으로서 `언어학자’를 자처할 생각은 없지만, `언어학도’는 너무 느끼하고 `언어학과 학생’은 너무 길어서 그냥 `언어학자’로 했다. `언어학자가’와 `입고 있어요’ 사이에 `되고 싶은 꼬꼬마가’를 작게 쓸까도 하다가 `꼬꼬마’가 디씨스럽다는 지적이 있어서 그만두었다.

#1 어느 대학원생에게 준 생일선물: 물론 `아기가 타고 있어요’에서 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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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른 대학원생에게 준 생일선물: 학내에서 본 자동차 뒤에 `BABY IN CAR’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따 왔는데, #1보다 약해 보여서 `언어학자 재중’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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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군가가 `WARNING: SHIRT CONTAINS LINGUIST’라는 문구를 제안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셔츠 속에 언어학자가 들어 있다고 해서 조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철학자나 수학자라면 모를까. 😛

언어학 3종 세트

R: 안녕하세요. 오늘은 /ti/씨가 만든 언어학 아이템 3종 세트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ti/씨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T: 네. 티셔츠에 찍을 도안을 구상해 놓기만 하고 몇 달 동안 벼르고만 있던 것들을, 드디어 완성된 물건으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R: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나요?

T: 처음에는 도안을 전사 용지에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인쇄된 부분이 뻣뻣해져서 넓은 면을 찍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또 제가 집에 다리미가 없어서, 친구들 다리미를 빌려서 쓰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고요. 그래서 다른 방식을 찾다 보니 몇 달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R: 그러면 오늘 소개할 가방과 티셔츠의 도안은 무슨 방식으로 찍은 건가요?

T: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티셔츠 스텐실을 쉽게 설명해 놓은 블로그 포스트( http://sugarcube.textcube.com/79 )를 발견해서 참조했습니다. 방금 연결한 포스트에서는 OHP 필름을 사용했지만, 저는 귀찮아서 A4 용지를 그대로 잘라서 썼어요.

R: 그렇군요. 이제 결과물을 하나씩 보도록 할까요?

T: 예. 첫 번째는 사순흡착음 에코백입니다.

R: 앗, 그 일 년 묵은 도안 말이군요?

T: 윽, 아픈 곳을 찌르시다니…… 어쨌든 그 도안이 맞습니다. 아래를 보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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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오. 요즘 에코백이 유행이죠.

T: 네, 여름계절학기가 끝나자마자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캔버스천을 떠 와서 직접 손으로 만들었습니다. 가내수공업이에요.

R: 고생하셨군요. 그런데 이거 튼튼한가요?

T: 음…… 집에서 시험해 봤는데 대략 3킬로그램 정도는 넣을 만하더군요.

R: 그러면 노트북과 책을 동시에 넣을 수는 없잖아요.

T: 그그그그그렇죠. 죄송합니다.

R: 그리고 다음은요?

T: 음운론의 최적성 이론 중에서 매카시의 Sympathy Theory—한국어 번역어를 몰라서 죄송합니다—를 따 왔습니다. 나머지 두 점과는 달리 단순하게 만들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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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원래 도안에는 Sympathetic Candidate를 상징하는 꽃을 든 소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T: 흠흠, 그 그림은 스텐실로 찍어 내기에는 좀 복잡해서…… 윤곽선을 따라 오려서 열전사를 시도해 볼 수는 있겠네요. 어쨌든 이 3종 세트를 받는 대학원생이 제일 관심을 보였던 것은 다음 티셔츠입니다. 이 도안은 스텐실로 찍는 대신에 옷감에 사용할 수 있는 펜으로 직접 그렸습니다. 앞서 소개한 티셔츠는 [최적성 이론]을 사용했으니까 여기에서는 [SPE; Sound Pattern of English (Chomsky and Halle 1968)]에서 소재를 따 왔죠. 나름대로 생성음운론 내에서 이론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어요. 특히 (적어도 2009년 1학기에 언어학과 학부 4학년 과목 [언어학연습 I]에서 배운 대로는) 최적성 이론이 아직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불투명성(opacity)을 강조했습니다.

counterfeed_1

R: ……이것은 너드를 배격하자는 /ti/씨의 평소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 같은데요.

T: 받는 사람이 워낙에 너드라서…… 일단 산뜻한 분홍색을 바탕으로 해서 nerdity를 완화했고요. 도안 자체는 논문을 치우고 술을 먹자는 내용입니다.

R: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이지만 넘어가기로 하고요. 도안 설명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요.

T: 예. 우선 첫 번째 줄의 UR, 그러니까 기저형 제일 앞에 논문이 하나 있고, 바로 뒤에는 대학원생 하나, 그 뒤에는 책이 한 무더기로 있죠? 여기에 적용될 수 있는 규칙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1번의 칵테일 삽입 규칙. 저 대학원생 앞에 아무것도 없으면 그 빈자리에 칵테일 한 잔을 넣으라는 뜻입니다. 2번의 논문 삭제 규칙은, 제일 앞에 논문이 있으면 무조건 없애라는 규칙입니다. 이 도안을 대학원생들에게 보여주니까 다들 논문 삭제 규칙을 매우 좋아하더군요.

R: ……

T: 이제 이 두 가지 규칙을 처음에 제시한 기저형에 적용해 보죠. 칵테일 삽입 규칙을 먼저 적용하게 되어 있죠? 그런데 지금 상태로는 이 대학원생 앞이 빈자리가 아니니까 칵테일을 삽입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규칙을 적용하지 못한 채 다음 규칙으로 가야 하죠. 논문 삭제 규칙에서는 논문이 제일 앞에 있을 때 지우게 되어 있으니까, 이 기저형에서 논문을 지울 수 있겠네요. 두 가지 규칙을 모두 거쳤습니다. 그런데 결국 칵테일을 삽입하지 못했잖아요? 만약 두 규칙의 순서가 바뀌었더라면, 논문을 지우고 생긴 빈자리에 칵테일을 삽입할 수 있었겠죠. 다시 말해서, 논문 삭제 규칙이 적용된 결과로서 칵테일 삽입 규칙이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다는 겁니다. 이 경우에, 티셔츠에 제시된 순서하에서 논문 삭제 규칙이 칵테일 삽입 규칙을 반급여한다(counterfeed)고 합니다.

R: 그러니까 마지막의 `반급여하지 마!’는 논문은 쓰기 싫고 술은 먹고 싶다는 주인공의 심정을 절실히 표현하는 말이로군요.

T: 바로 그거죠. 그런데 이 3종 세트를 받을 대학원생은 반드시 이 티셔츠를 입고 선생님께 가겠다고 벼르고 있답니다.

R: 용자로군요.

T: 사실 선생님의 반응이 궁금하잖아요.

R: 그 뒷이야기는 다음에 듣도록 하고…… /ti/씨의 언어학 아이템 3종 세트 소개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ti/씨 수고하셨고요, 다음 도안도 기대할게요.

T: 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