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를 쓴 계기가 된 포스트, “우리말 ‘ㅟ +ㅓ’의 준말에 대하여”에서는 같은 제목의 논문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이 블로그는 바바 예투 가사를 찾다가 발견하였다. 자막을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나 ‘ㅟ’를 [wi]로 발음하는 언중에게 있어 ‘ㅟ+ㅓ’는 [wjə]라는 주장은 옳지 않은 것이다. 내가 자라온 대전 지역에서는 ‘ㅟ’를 [wi]로 발음하지만 [wjʌ]가 되어야 할 ‘ㅟ+ㅓ’는 명백하게 [jʌ]~[ɥʌ]이다.
[중략]
그럼에도 상기의 논문에 “지금 우리말에서는 ‘ㅟ’가 방언과 세대에 따라 [ü], [wi], [i] 세 가지로 발음되고 있는데, 이 다른 발음에 따라 ‘ㅟ +ㅓ’의 준말도 [ɥə]와 [wjə], 그리고 [jə], [i]로 각각 발음된다.”라는 진술이 있는 것은 국어의 소리에 대한 연구가 현실을 외면하는 사례다.
일단 한국어 “위어”를 1음절로 합쳐서 읽을 때 음성 전사 [wjə]에 해당하는 소리가 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위의 인용문에 조금은 동의할 만하다. 그러나 위 포스트에서는 언급한 논문이 어디에서 “옳지 않은” 주장을 했는지를 적절하게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위 인용문에서 논문의 주장 및 포스트의 반론은 아래와 같이 써 볼 수 있다.
논문: “위”를 [wi]로 발음하면 “위어”의 준말을 [wjə]로 발음한다. (“위”를 [y]로 발음하면 “위어”의 준말을 [ɥə]로 발음한다. “위”를 [i]로 발음하면 “위어”의 준말을 [jə]나 [i]로 발음한다.)
포스트: “위”를 [wi]로 발음하지만 “위어”의 준말을 [jʌ]~[ɥʌ]로 발음하는 반례가 있으므로 논문의 주장은 옳지 않다.
여기서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한국어에서는 [wjə]가 이상한 만큼 [wi]도 이상하다.
저 논문에 대하여 먼저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조건문의 전제가 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어 “위”의 활음은 (일단 발음된다면 지역이나 세대와는 무관하게) 음성적으로 원순 연구개 접근음(원순 후설 활음) [w]이 아니라 (([w]로 양보하더라도, 이차 조음으로 경구개 접근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원순 경구개 접근음(원순 전설 활음) [ɥ]으로 실현된다. ((이호영. 《국어음성학》. 서울: 태학사, 1996.)) “우이”를 빠르고 분명하게 발음할 때 나는 소리 [wi]와 처음부터 “위”를 발음해서 내는 소리 [ɥi]의 음가가 다름은, 각각을 번갈아 발음하면서 주의를 기울여 보면 알 수 있다. [wi]가 음성 전사가 아니었다고, 즉 “위”의 음소 전사인 /wi/의 오기였다고 볼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는 /ɥ/와 /w/를 별개의 음소로 보고 있고 “위”를 /ɥi/나 [ɥi]로 적은 예는 한 번도 없으므로, [wi]를 “위”의 음소 전사뿐만 아니라 (잘못된) 음성 전사로도 사용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저 논문에서 제시한, /ɥ/를 별개의 음소로 보는 분석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단 [ɥ]는 “위”에서만 나타나므로 한국어의 (음성 체계와 별개인) 음운 체계에 포함된 독립된 음소라고 하기에는 분포가 너무 제한적이다. 또 논문에서는 /ɥ/와 /w/의 대립쌍으로 “뉘어”의 준말[nɥə]과 “누어”의 준말[nwə]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은 “서”와 “셔”를 가지고 한국어에 /s/와 /ʃ/의 음소 대립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어쨌든 위 포스트에서 든 예만으로는 저 조건문을 거짓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위”를 ([y]나 [i]가 아니라) [ɥi]로 발음하면서 “위어”의 준말을 [ɥʌ]로 발음하므로, “위”의 음가가 “위어”의 음가에 영향을 준다는 논문의 주장을 (증명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는 지지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