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에게는 어색한 말

신앙을 갖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부터 자연스럽게 안 쓰게 된 말이 몇 가지 있다.

  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아픔 없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물론 이런 인사를 한다고 해서, 꼭 인간보다 위에 있으면서 인간에게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존재라든가 인간이 죽고 나서 갈 수 있는 더 좋은 세상이 있으리라고 진지하게 믿는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이 있다는 가정에 조금도 기대지 않아 보고 싶다. 특히 다른 이에게 희망을 준다거나 하는 `좋은 의도’로는 더욱 조심해야겠다.

  위의 인사말 대신 내가 쓰는 말은 좀 약해 보이지만, 내가 정확하게 동의하는 부분을 넘어선 것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1. `새해 복 쟁취하세요.’도 써 본 적이 있기는 한데, 상대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2. 돌아가신 분과 더는 함께 있을 수 없어서 슬픕니다.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돌아가다’라는 표현도 산 사람이 사는 곳 이외의 세상의 존재를 함의(전제인가?)한다. 끙끙끙.)

덧붙임 #1. 몇 년 전에 다니던 학교의 학생회관 주변 곳곳에 이런 자보를 붙여 보았는데, 사람들은 1번까지 보고는 더 읽지 않고 고개를 흔들면서 지나가 버렸다. OTL

謹賀新年

학생회관에 서식하거나 출퇴근하거나 가끔 드나드는 모든 분께:
새해에는
1. 하시는 투쟁마다 승리하시고
2. 거시는 작업마다 성공하시고
3. 보시는 시험마다 합격하시고
4. 체력 관리와 체중 조절에 성공하시고
5. 질리거나 포기하는 일 없이 공부하시고
6. 단위마다 새로운 성원들을 많이 맞이하시고
7. 2층 카페테리아 반대편 끝에 있는 생활도서관을 많이 찾아 주시고
8. 연체된 책이나 비디오는 조속히 반납해 주시기 바랍니다.

生活圖書館 運營委員 一同 拜上

덧붙임 #2. 옛날에 보았던 만화 중에서 이 포스트에 넣고 싶은 것이 있어서 오랫동안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겨우 찾았는데, 이 만화를 인용한 게시물을 보니 “도킨스 안 읽고 너드가 아니라도 무신론자가 될 수 있는데!” 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ㅠㅠ

[WHAT ATHEISTS CRY OUT DURING SEX]
“OH, SCIENTIFIC METHOD!”
“MATH!”

© 2005 by Mark Stivers

Stivers-11-7-05-wrong-deity

http://www.democraticunderground.com/discuss/duboard.php?az=view_all&address=105×9010711

http://friendlyatheist.com/2007/10/17/friendly-atheist-contest-5-what-should-atheists-scream-out-in-bed/

같은 소재의 (그리고 위치는 반대인) 만화: Deist On Top by Jeff Swe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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