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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는 것은 이유가 못 돼요 #1

나는 젊음이나 패기, 열정을 가지고 무엇인가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 냉큼 덧붙이자면, 그렇다고 해서 (물론 내가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무기력하거나 자포자기한 것은 아니다. 내가 시도해 보는 일들이 하나같이 사소하기는 해도, 그 가짓수가 적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저 나는, (i) 혹시라도 심각하고 거창한 일을 하더라도 `도전’이라는 말을 `시도’ 이상으로 긍정적인 뜻으로 쓰고 싶지는 않고, ((상황을 싸움이나 전쟁에 빗대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 한국 사회, 혹은 한국어에서 이런 현상이 특히 심하다는 글을 최근에 어느 블로그에서 읽었는데, 어디였더라……? 끙끙끙. 긁적긁적.)) (ii) 할 만한 동기와 이유가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젊은 사람에게만 가능하다는 전제가 싫은 것뿐이다. ((할 만한 동기와 이유가 있는 일이 있을 때 주위의 시선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르는 것이야말로 젊음의 증거, 혹은 `젊음’의 정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증거라고 한다면, 나는 기믹질을 하면서 놀 때가 아니고서는 스스로 젊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정의라고 한다면, 왜 그렇게까지 `젊음’의 외연을 넓히고 싶어하는지 묻겠다.)) 메롱.

  행동의 동기나 이유보다 젊음이 부각되는 것만 해도 전혀 동의할 수 없는데, 하물며 어떤 일에 대해서 그 일을 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거나 들을 생각도 없이 젊다는 것 자체로 충분한 동기가 된다고 해 버린다면 그나마 진지하게 대답을 준비하려고 했던 것이 억울해진다.

“한번 해 봐, 젊으니까.”

어른이나 늙은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젊으니까’라고 말한 것은 웬만하면 `무기력한 내가 못 이룬 꿈을 네가 실현해야만 하니까’ 아니면 `지금 네가 하는 짓은 어차피 진정성 없는 치기니까’ 둘 중 하나로 들어야 할 터이다. 일일이 정색하면서 부정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