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혜(騏蕙)
새 자전거의 이름은 색깔에 맞추어 박하나 비취 중에서 한 글자를 넣으려고 했지만 네 글자가 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기기(騏驥)와 혜채(蕙茝)의 각 첫 글자로 정했다. 중·고등학교 국어 참고서 식으로 말하자면, [이소(離騷)]의 도입부에서 화자가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데 사용한 소재 두 가지로부터 따 왔다고 할 수 있다. (( 不撫壯而棄穢兮,何不改乎此度?
乘騏驥以馳騁兮,來吾道夫先路。
昔三后之純粹兮,固衆芳之所在。
雜申椒與菌桂兮,豈維紐夫蕙茝?
http://zh.wikisource.org/wiki/離騷)) 며칠 묵은 고민이 드디어 끝났다.
그런데 마음이 썩 편하지 않다. 처음에 물건에 사람스러운 이름을 붙일 때는 이렇게 진지하고 거창하지 않았다. 첫 자전거를 가벼운 애칭으로 보라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두 번째 자전거는 마침 [[정무문(견자단 주연의 드라마 버전)]]을 복습하면서 곽원갑의 제자 유진성의 이름을 따서 부르다가 나중에 자전에서 적당히 한자를 찾아서 끼워 맞춘 것이다. 그때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부른 것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는데, 이제는 빙하(憑荷)나 은비(銀翡) 등 이름을 몇 개씩이나 떠올려 놓고도 눈에 차지 않는다고 무려 [이소]를 인용한다. 여러 가지를 낭비했다는 기분이 든다. 기왕 지은 이름을 가지고 계속 고민하는 것은 더 심한 낭비가 될 테니까, 인제는 즐겁게 타기나 해야겠다.
((디앤샵: http://www.dnshop.com/front/product/ProductDetail?PID=C876_c0904&CID=R3101188 (그나저나 여기서는 왜 이렇게 비싸게 팔지?) ))
릴리 앨런(Lily Allen)
사실 몇 시간 전에 처음 본 이름이지만, 우연히 발견한 아래 사진이 나의 기혜 이미지 실사판 같아서 냉큼 가져왔다.
((릴리 앨런 공식 사이트의 뉴스 페이지: http://www.lilyallenmusic.com/lily/news/1771482))
색깔 정말 예쁨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