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주미힌

ㅇㅈ을 위한 폭풍발췌.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죄와 벌. 초판. 홍대화 역. 서울: 열린책들, 2006.

제1부 4장 (102~104면)

그런데 라주미힌과 그는 어째서인지 마음이 통했다. 아니, 마음이 통했다기보다는 라스꼴리니꼬프가 그에게 좀 더 친밀하게 굴고, 솔직하게 대했다는 편이 옳았다. 그러나 라주미힌과 다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 청년은 보기 드물게 쾌활하고 사교적이며, 단순할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이 단순함 뒤에는 깊이와 품위가 숨겨져 있었다. 그의 절친한 친구들은 이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그를 사랑했다. 그는 때로는 정말로 우둔하게 굴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는 풍채도 좋았고, 키가 크고 마른 데다가 검은 머리칼에 언제나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는 난폭하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장사로 소문이 나 있었다. 한번은 밤에 동료들과 함께 놀다가 12베르쇼끄나 되는 경관을 한 방에 때려눕힌 적도 있었다. ((이 당시 사람의 키는 2아르신을 기본으로 계산하고 그 위에 남는 키를 베르쇼끄로 쟀다. 1베르쇼끄는 4.45센티미터이고 1아르신은 71.12센티미터이므로, 12베르쇼끄는 약 195센티미터이다.)) 그는 무한정 술을 마실 수도 있었으나,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을 수도 있었다. 때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될 정도로 못된 장난을 칠 때도 있었지만, 또 그런 짓을 전혀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라주미힌은 그 어떠한 실패에도 당황하지 않고, 그 어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훌륭했다. 그는 지붕만 얹혀 있는 집에서도 살 수 있었고, 지옥 같은 굶주림과 혹한도 참아 낼 수 있었다. 그는 지독하게 가난했지만, 여러 가지 일로 돈벌이를 해서 다부지게 혼자 힘으로 생활했다. 그에겐 퍼 올릴 수 있는 샘물, 즉 돈벌이의 방법이 무궁 무진했다. 어느 겨울 내내 그는 불 한번 때지 못하고 지낸 적도 있었는데, 그때도 그는 추우면 잠이 더 잘 오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지금은 그 또한 대학을 잠시 쉬고 있지만, 그것도 오랫동안 그럴 계획은 아니고, 학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서둘러 상황을 호전시켜 가고 있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벌써 넉 달 동안이나 그의 집에 들른 적이 없었으며, 라주미힌 쪽에서는 그의 아파트 주소조차 모르는 형편이었다. 두 달쯤 전 그들은 거리에서 마주친 적이 있지만, 라스꼴리니꼬프가 먼저 얼굴을 돌리고, 알아채지 못하게 길 건너편으로 가 버리고 말았다. 라주미힌도 그를 알아보았지만, `친구’를 괴롭히기 싫어서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제2부 2장 (213면)

그[라스꼴리니꼬프]는 5층에 살고 있는 라주미힌에게로 올라갔다.

그는 집에 있었고, 좁은 방에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다가 직접 문을 열어 주었다. 그들이 못 만난 지도 벌써 4개월이나 되었다. 라주미힌은 넝마가 다 되도록 낡은 실내복을 걸치고, 맨발에 실내화를 신고, 엉클어진 머리에 수염도 깎지 않고,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2부 5장 (271~272면)

그[루쥔]은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고 위엄을 부리는 중년의 신사로서 조심스럽고 까다로워 보이는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는 문에 멈추어 서서 무례할 정도로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서, 마치 `뭐 이런 데가 다 있어?’라고 묻기라도 하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리고 약간의 경악과 모욕감에서 오는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그는 라스꼴리니꼬프의 비좁고 낮은 `선실’을 둘러보았다. 이어서 그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옷도 안 입고, 헝클어진 머리에 씻지도 않은 채 초라하고 더러운 소파에 누워서, 역시 미동도 하지 않고 자기를 관찰하고 있는 라스꼴리니꼬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러고 난 다음에는 역시 그 느릿한 동작으로 너절한 옷에 수염도 깎지 않고 머리도 빗지 않은 라주미힌의 몰골을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라주미힌 또한 그 시선을 맞받아서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은 채, 오만불손하고 의문이 가득한 눈동자로 그를 직시했다. 긴장된 침묵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이런 경우에는 항상 기대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마침내 분위기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 들어온 신사가 약간의 징조, 하지만 충분히 뚜렷한 징조를 보고 이곳, 이 `선실’과도 같은 방에서는 엄격하게 과장된 당당한 태도를 취해 봐야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약간은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이다. 그는 정중하게, 그러나 준엄한 태도를 버리지 않고서, 조시모프를 향해 음절을 딱딱 잘라 발음하면서 질문했다.

“당신이 로지온 로마노비치 라스꼴리니꼬프, 대학생, 아니 대학생이셨던 분입니까?”

조시모프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답하려 했으나, 질문을 당하지도 않은 라주미힌이 불쑥 그를 앞질러 대답했다.

“저기 소파에 누워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시지요?”

이 `무슨 일이시지요?’라는 무람없는 말투가 격식을 따지는 신사를 꼼짝못하게 했다. 그는 하마터면 라주미힌에게로 몸을 돌릴 뻔했으나, 가까스로 제때에 자기 자신을 제어하고, 다시 조시모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제2부 5장 (275면)

라주미힌은 계속 말했다. 그의 이러한 친근한 태도에서는 진정으로 꾸밈이 없는 선량함이 드러났기 때문에, 뾰뜨르 뻬뜨로비치는 잠시 생각한 뒤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이 비렁뱅이에다가 철면피 같은 사람이 적절한 시기에 자기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제3부 1장 (377~378면)

이런 말을 나누면서 그들은 여주인의 아파트 문 바로 앞의 계단참에 서 있었다. 나스따시야는 몇 계단 아래에서 그들에게 빛을 비춰 주고 있었다. 라주미힌은 평상시와는 달리 매우 흥분해 있었다. 라스꼴리니꼬프를 집에 바래다 주던 30분 전만 하더라도 라주미힌은, 자기도 인정했다시피,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날 저녁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 것에 비하면 정신도 거의 말짱하고 원기도 대단히 왕성한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묘한 기쁨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태까지 마신 술의 취기가 두 배로 한꺼번에 그의 머리로 몰려들었다. 그는 두 여인 옆에 서서 그들의 손을 꼭 부여잡고 설득을 하며, 더 확신을 시키고 싶었는지 놀랄 정도로 솔직하게 이유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마치 압착기로 쥐어짜듯이 두 사람의 손을 아프게 꽉 붙잡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쑥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아브도찌야 로마노브나를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두 여인은 손이 너무 아파서 뼈마디가 울퉁불퉁하고 큼직한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보려고 했지만, 그는 그것을 알아채지도 못했을 뿐더러, 웬일인지 손을 더욱 세차게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만일 그들이 지금 당장 머리를 박고 계단에서 떨어지라고 지시했다면, 그는 아무 생각도 없이,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고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들 로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뿔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마저도 젊은이가 너무 유난스럽게 행동하고, 또 손을 너무 아프게 쥔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그는 구세주나 다름없었으므로, 그녀는 그의 온갖 괴팍한 행동거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브도찌야 로마노브나는 잘 놀라지 않는 성격인 데다가 걱정거리가 많았는데도, 자기를 쳐다보는 오빠 친구의 야수와 같이 이글거리는 시선에 놀란 나머지 기겁을 할 정도였다. 다만 나스따시야의 이야기 덕분에 품게 된 이 기괴한 사나이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이, 그녀로 하여금 어머니를 당장 끌어당겨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유혹을 억누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녀는 또 지금 그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10분 정도가 지나자, 그녀의 마음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라주미힌은 자기의 기분이 어떻든 상관없이, 자신을 금방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었으므로, 그를 마주 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곧 알아차렸다.

제3부 4장 (399~401면)

`과연 그렇게 창피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비교가 가능한 일일까?’

라주미힌은 이런 생각이 들자 절망에 빠져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마치 공교롭게도 바로 그 순간, 여주인이 아브도찌야 로마노브나를 질투할 거라고 어제 계단에서 그들에게 떠들어댔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는 부끄러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팔을 힘껏 휘둘러 주먹으로 부엌의 벽난로를 내리쳤다. 그의 손은 상처를 입었고, 벽돌 하나가 부서졌다.

`물론…….’

그는 잠시 후 혼자 중얼거렸다.

`물론, 어떤 종류의 자기 비하로도 그 비열한 언사를 그럴듯하게 씻어 감출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 이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그냥 말없이 나타나서……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는 거다……. 역시 묵묵히 말이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지도 말자. 아무 말도 하지 말자. 그리고…… 그리고, 물론, 모든 일은 이미 끝장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옷을 입으면서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썼다. 그에게 다른 옷이라곤 없었다. 그러나 다른 옷이 있었다 한들 그는 그 옷으로 갈아입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러라도 안 입었을 거야.’

그렇다고 지저분하게, 아무렇게나 하고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권리가 그에게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이 그를 필요로 해서 먼저 와주십사고 부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셔츠는 항상 깔끔했다. 이것만큼은 그도 특별히 신경을 쓰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그는 아주 세심하게 세수를 했다. 나스따시야의 방에서 비누를 찾아서 머리와 목, 특히 손을 깨끗이 닦았다. 뺨에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깎을까 말까 망설이다가(쁘라스꼬비야 빠블로브나는 남편 자리니쯔인이 고인이 된 이후에도 훌륭한 면도날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단념해 버렸다.

`그냥 내버려두자! 내가 혹시라도…… 그래서 수염을 깎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반드시 그렇게 생각할 거야! 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돼! 그리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너무 거칠고 지저분하고, 술꾼 냄새를 풍긴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리고 내가 스스로를 조금이나마 점잖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해도…… 점잖다는 것이 또 뭐 그리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누구나 점잖아야 하고 깨끗해야 한다. 또…… 어쨌든(그는 이 점을 상기했다) 그에게 이런 일들이 생겼으니…… 파렴치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어쩌다가 그런 엉뚱한 생각들이 떠올랐단 말인가! 음…… 아브도찌아 로마노브나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다니! 제기랄! 그냥 내버려두자! 일부러라도 지저분하고 기름때 낀 모습으로 거칠게 굴자. 상관없어! 더 그렇게 굴자……!

덧붙임_처음에 책을 들고 아무 곳이나 펴자마자 나온 부분이 하필이면 여기였다:

난 마음속으로 혹 요즘에 유행하는 무신론이 네 가슴에 자리잡았을까 봐 두렵구나. 만일 그렇다면 내가 너를 위해서 기도하마.

무신론이 유행이라도 하면 좋겠다. 😀 어쨌든 아들이 무신론자가 되었을까 봐 두려워하면서 기도를 하겠다는 어머니를 보니 작년의 패륜-_-이 생각난다.

母: 엄마가 지금 기도해 줄게.

T: 저한테 종교 행위 하지 마세요.

저 말이 척수 반사로 튀어나와서 대뇌에서 깜놀. 이런 자식입니다, 나는.

잘못된 추론의 일례

지난 몇 년 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있었고 그것이 얼마나 뻘짓이었는지 알아 버렸다.

언어학 전공자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통용되는 관찰: 귀여운 발화에서는 조음 위치가 앞으로 이동한다. ((사실 완전히 비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젊은 세대들이 치조음을 치음으로 낸다는 기술은 여러 책에 나오는데, 책을 찾으러 돌아다니기 귀찮으니까 서지사항은 나중에 써야겠다. 사실 이런 식으로 출처를 묻어버린 일이 적지 않… 잘못했어욤.))

– 지지하는 사례: 치조음의 치음화, 후설 모음의 전설화

– 반례: 치조음의 경구개음화?

이 바보. 저게 어떻게 반례가 돼. 입천장(경구개)이 윗잇몸(치조)보다 뒤에 있다고 해서 경구개음이 치조음보다 뒤에서 날 것으로 생각해 버리다니. (설첨-)치조음을 낼 때는 혀끝이 윗잇몸에 있지만, (설면-)경구개음에서는 혀끝이 더 앞으로 나와서 아랫니에 닿잖아?

그래도 어떻게든 변명을 해 보자면, 자음에 이름을 붙일 때 조음 위치의 수동부만 명시하는 관례에도 일말의 원인이 있지 않을까… ((자음의 이름은 `무성 유기 연구개 파열음’처럼 `성+기식+조음 위치+조음 방식’이 된다.)) 하지만 2007년 2학기 바스크 어 발표 이후로 관례야 어쨌든 설면-치음, 설첨-치조음처럼 능동부까지 꼬박꼬박 적어 온 것도 나니까 할 말이 없다. 잘못된 추론의 일례로 두고두고 써먹고 싶지만, 언어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겠군.

덧붙임_조음 위치는 능동부와 수동부 사이의 거리가 가장 작아지는 지점을 말하니까, 경구개음이 치조음보다 뒤에서 난다는 말을 꼭 틀렸다고 볼 수 있나 싶기도 하다. 그냥 귀여운 발화에서는 혀가 앞으로 나온다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조음음성학-키스테크닉 드립 포기

`조음음성학을 공부하면 키스테크니션이 될 수 있어요’는 지난 몇 달 동안 상당히 흥했던 개드립이었지만, 최근 인과 관계의 방향이 잘못 설정되었음은 물론 상관 관계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판단이 들어서 전공 개그에서 사기를 치면 곤란하다는 생각에 그만 포기하기로 했다. 어제 ㅇㅈ님과 주고받은 SMS를 무단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략)

ti: 그리고 나는 조음음성학키스테크닉을 포기하기로 했…

ㅇㅈ: 엥 왜??

ti: 열심히 생각해 봤는데 사실이 아닌 것 같아(…).

ㅇㅈ: 음성학적으로 아무리 정교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키스의 감의 진수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건가…

ti: 도달할 수 없다기보다는 다른 영역인 것 같아 음성학에서 다루는 것은 특정 소리를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지만 키스는 가능한 한 많은 자극을 주기 위한 움직임이고 결정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내가 계산할 수 없어

ㅇㅈ: 음 ㅠㅠ 정말이군 ㅠㅠ 역시 경험치를 쌓는 편이..

ti: 결국 키스를 열심히 하면 조음음성학을 잘 할 수 있다는 암울한 결론 ((정확하게 말하면 함의 관계까지는 아니고, `키스테크니션은 조음음성학을 잘할 수 있어요’ 정도의 주장이나 겨우 가능하다는 정도.))

ㅇㅈ: 앗 왠지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ㅋㅋㅋㅋ

ti: 예수님도 말씀하셨지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ㅇㅈ: 부익부 빈익빈 ㅜ 언어학을 하기 전에 나가서 키스나 많이 하고 다녀야겠어요>_<

(후략) ((거듭 말씀드리지만 모든 언어학과 학생들이 이딴 대화를 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나의 언어학 개그는 기술적이고 ((여기서 기술은 記述과 技術 모두를 말한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을 아무개를 위해 영어로 쓰면 descriptive와 technical을 동시에 말한다능. 😉 )) 세부적인 부분밖에 다룰 수 없는 것인가(…). 가지와 이파리만 주워 모으는 인생이니까, 배고픔에 낚여서 빡친 예수 그리스도의 저주로 평생 열매를 못 맺게 될지도. ((마태복음 21장 18~19절.))

어느 언어학과 학생의 츤데레 및 말라가시 어 잡담

1_[어느 언어학과 학생의 ***]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으로 실화를 써 본다. 이것을 받아서 만담으로 이어줄 사람이 이제 없으니까 그냥 일회성 개드립으로만 남겠구나.

따, 딱히 당신이 원해서가 아니야! 그냥 내 언어습득 능력을 가늠해보고 싶으니까, 오스트로네시아 어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 이참에 알아보고 싶으니까 찾아볼 거라고! 그것뿐이야!

이런 이유로 말라가시 어 자료를 틈틈이 찾아보기로 했다. -_-v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위키백과를 제외하면 일반 언어학을 기준으로 하는 서술을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이 소리는 프랑스 어의 무슨 소리처럼 내라는 설명 말고 구체적인 조음 위치를 좀 내놓았으면 좋겠다. 내가 말라가시 어 소리를 받아들일 때 프랑스 어 화자의 청각 인상을 거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런 불평도 그냥 사치스러운 이야기이다. `오지’ `선교’를 목적으로 어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해당 언어의 발화를 듣고 음소를 뽑아내는 것부터 훈련한다고 하는데, 기독교도의 성실성에 뒤지는 것을 상당한 치욕으로 생각했던 기간이 짧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미 문자 체계가—그것도 새로 익힐 것도 없는 라틴 문자로—잘 갖추어져 있고 내가 해독할 수 있는 영어나 프랑스 어로 된 학습서와 연구서를 구할 수 있는 언어는 그냥 차려진 밥상과 다를 것도 없다. (( 무, 물론 그렇다고 익히기 쉽다는 것은 아니다. =_=)) 우걱우걱.

그런데 차려진 밥상이든 무엇이든 말라가시 어에 대한 나 자신의 동기가 강해야 말이지(…).

2_어쨌든 처음에 말라가시 어 이야기가 나온 계기는 알릴 만하다.

http://bit.ly/9sFDaO ..마다가스카르 정국에 한국 기업의 행위가 이런 영향을 끼쳤다니. 정신 박힌 언론이라면 광우병 따위 집어치우고 당장 안타나나리보로 날아가서 기획기사를 써라

이하의 내용은 트윗의 링크로 대체합니다. 어절마다 링크가 다르니까 주의하세욤. 그나저나 이 이야기가 나온 곳이 엔하위키와 2ch라니 그것은 그것대로 무섭다(…).

3_사실 나는 이미 여러 해 전에 말라가시 어의 존재에 큰 영향을 받은 적이 있다. 음성학을 처음 배웠을 때 유성 장애음의 조음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아서 앞에 비음을 살짝 집어넣는 버릇이 있었는데,  말라가시 어에서 /t·d/와 /nnd/가 음소로서 대립한다는  글을 [언어학의 수리적 기초] 스터디 때 읽고 나서 불성실한 조음을 반성하고 유성 파열음을 온전한 구강음으로 실현하는 데 힘쓰게 되었…지만 여기에 감동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쳇.

기혜와 진성

기혜와 진성

두 자전거가 우연히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사진은 현재 진성이를 타는 분이 찍어 주시는 편이 나을 텐데, 혹시 학교에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면 촬영을 부탁합니다.

수리 전까지 흑적기를 연상시켰던 진성이. 초록색 옷을 입고 타면서 사회당 로고를 몸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우겨본 적도 있다.

k를 추모한다

k라는 이름으로 이 블로그에 자주 리플을 달던 친구는 내가 다니는 학교의 언어학과 대학원생으로, 내가 기생 중인 대학원생 연구실에 있는 선배이기도 했다. 나는 대학원생 연구실에 기생하기 전부터 온라인 모처에서 활동하는 아이디의 주인이 같은 과 원생 k라는 것을 우연히 알고 있었고, 나중에 그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면서 말을 트게 되었다. 자기에게 존댓말을 쓰는 연소자에게 절대 일방적으로 반말하지 않고 너나들이를 지향한다는 점이 나와 같아서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둘 다 인터넷 폐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공유할 어휘나 화제가 많았고, k는 공과대학 학부 출신이었고 나는 자연과학대학에서 복수전공을 하는 덕에 수학이나 과학 이야기도 조금은 했으며, 내 언어학 개그에 웃어 주는 것으로 보아서 개그 센스도 어느 정도는 비슷했던 것 같다. k는 어머니 탈상 후 연구실에 다시 나온 뒤로 나와 같이 만담을 하면서 츳코미 역할을 했고, 둘이서 고양이 귀 머리띠를 쓰고 학내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어젯밤 연구실에서 k는 다음날 있을 언어학과 강연회에서 발표될 논문에 나오는 미분방정식을 풀어 달라고 나에게 조르고는 내가 메이플로 그려 준 그래프 이야기를 함께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연구실에 남아서 자정을 조금 넘겼을 무렵 그와 문자를 주고받다가 구글 토크로 잠시 대화했다. 밤을 꼬박 새운 다음 오전에 집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학교에 다시 가기가 싫었지만, 강연회 때문에 억지로, ‘내가 오늘 왜 학교에 가고 있지?’하고 투덜거리면서 갔다. 강연은 재미있었고 매우 많은 사람이 참석했지만, k는 강연회 자리에도 연구실에도 없었다. 강연회 후 저녁을 먹고 연구실로 돌아왔을 때 k의 번호로 나에게 “연락 바랍니다”라는 문자가 왔을 때도, 평소에 서로 반말을 하면서 장난삼아 존댓말을 섞어 쓰던 터라 별 의심 없이 전화를 걸었다. k의 형이 부고를 알렸다. 나에게 연락한 것은 마침 내 번호가 그의 휴대전화 최근 기록에 남아 있어서였을 터이다. 연구실에 소식을 전했다. `내가 이것 때문에 학교에 나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금기어에 대한 완곡한 표현을 비웃어 온 편이지만, “k가 죽었대요.”라는 말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장례식장은 두 달 전에 왔던 그의 어머니 빈소와 같은 병원이었다. 영정 사진의 머리 모양을 보니까 며칠 전 그가 자기 홈페이지에 올렸던 중학교 때 사진 같았다. 서른 살 먹은 아저씨의 영정에 십대 시절 사진을 쓸 만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죽음이었다. 오히려 연구실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그의 부재가 제대로 실감 날 터이다.

애도하는 이는 책상이나 지팡이를 보고 울기도 하고, 수레나 옷에 눈길이 가는 것으로도 슬퍼한다. 사람은 없는데 물건은 있음을 느끼고, 사연은 생생한데 형체는 사라졌음을 아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모두 계기가 있어서이지, 땅에 닿는다고 슬픔이 생기거나 자리에 앉는다고 눈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夫言哀者,或見機杖而泣,或睹輿服而悲,徒以感人亡而物存,痛事顯而形潛,其所以會之,皆自有由,不為觸地而生哀,當席而淚出也。
혜강, [[성무애락론]] 중에서 http://zh.wikisource.org/zh-hant/%E5%A3%B0%E6%97%A0%E5%93%80%E4%B9%90%E8%AE%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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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1_트위터를 그만두고 블로그에서 본격 언어학 개그를 재개하려고 하자마자 가장 중요한 독자이자 비평가가 세상에서 사라졌다. 伯牙의 知音 흉내를 낼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언어학 개드립을 칠 맛이 날 것 같지 않다.

덧붙임 #2_이제 k의 모습이 있을 수 있는 곳은 사람의 기록과 기억밖에 없다. k도 ‘다른 세상’을 믿었던 것 같지는 않다.

덧붙임 #3_이 포스트를 작성하는 동안 온라인에서 찝쩍거려 준 변태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인터내셔널 가 카탈루냐 어 음성 전사 악보

0_악보: http://frozenfiremeidi.net/blog/wp-content/uploads/2010/05/internacional-cat.pdf

1_트위터에서 @sejongtwit 님의 요청으로 만들었다. 구체적인 독자를 미리 정한 덕에, 악보에 발음 설명과 참고 자료를 많이 넣었다. 각 음성 기호에 해당하는 조음 과정은 내 나름대로는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하지만, 언어학에 오염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로 통할지 잘 모르겠다. 궁금하다. 구체적인 음가를 더 알고 싶다거나 악보에 나온 기호가 궁금하다거나 크고 작은 오류를 발견했다거나 그밖에 아무 말이나 하고 싶다면 댓글을 아끼지 말자.

2_다른 로망스 언어들과는 달리 카탈루냐 어는 카스티야 어(통칭 스페인 어)와 마찬가지로 /b/와 /v/의 구별이 없다. b-v 대립이 없는 바스크 어의 영향이라는 주장이 있고, 바스크 어에는 이에 상응하는 무성음 쌍 p-f의 대립이 없지만 카탈루냐·카스티야 어에는 p-f 대립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바스크 어의 영향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당장은 저자가 Lasnik이라는 것 이외의 서지사항이 생각나지 않으니까 나중에 보충하겠다.))

3_lluita(프랑스 어 lutte; 이탈리아 어 lotta; 포르투갈 어 luta; 카스티야 어 lucha)에서 /l/은 도대체 왜 구개음화 되었는가! 방금 찾아 본 라틴 어 어근이 luct-인 것을 보니까, kt에서 k가 구개음화되어 it가 된 다음에 이 i 때문에 구개음화가 일어난 듯하다. 어쨌든 여기서도 카스티야 어와 카탈루냐 어가 라틴 어에 있던 /k/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는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4_로망스 언어에서 비강세 모음 축소가 일어나는 언어들의 분포를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겠다. 우선 로망스 언어 내의 계통부터 좀 정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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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번 마디에서 가사 분절 오류 자진신고: pat-ria를 pá-tria로 고치세욤.

인터내셔널 가 바스크 어 음성 전사 악보

악보: http://frozenfiremeidi.net/blog/wp-content/uploads/2010/05/internazionala.pdf

악보와 음성 기호를 동시에 표현하기에는 라텍만한 것이 없지 싶다. MusiXTeX 패키지로 문서를 작성해 보려는 시도가 몇 년만에 성공해서 기쁘다.

바스크 어에서 철자 <h>나 <j>의 음가는 지역 방언에 따라 달라지지만, 바스크 어를 공부할 목적으로 만든 악보는 아니라서 방언별 차이를 하나하나 기술하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음가를 알고 싶다거나 악보에 나온 기호가 궁금하다거나 전사에서 크고 작은 오류를 발견했다거나 그 외 아무 말이나 하고 싶다면 댓글을 아끼지 말자.

Betagarri – Internazionala (유튜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_YbxQ-of09U

참고문헌

Jansen, Wim. Beginner’s Basque. Bilingual. Hippocrene Books, 2002. Print.

Patrick, Jon D., and Ilari Zubiri. A student grammar of Euskara. (München): LINCOM Europa, 2001. Web. 3 May 2010. 

언어학 개드립

언어학 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댓글로 물어보시면 그때그때의 성실성에 따라서 말을 지어내어 알려 드릴 수도 있습니다.

1.

K: 근데 왜 체중 감량은 요요가 일어나는데 증가는 요요가 안 일어나는지 몰러;
T:  높은 체중이 무표적인가보지
K:  ………………..
T:  그렇다면 나의 제약 순서는 어떻게 되는가 ((저는 비쩍 말라서 인기 따위는 없습니다.))
K:  減其肉者逆天也哉!
T:  쳇 하늘 따위!
K:  무표성이 곧 하늘임; innate한 것이니깤ㅋㅋㅋ
T:  뭐 기저형이 말랐나보지
K:  헐-_- 유전적 체형에 대한 faithfulness가 높은 것이었군.
T:  그렇습니다
K:  그럼 난 faithfulness와 markedness를 모두 거스르려 하고 있으니 뭔가 opaque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T:  sympathetic candidate의 도입은 어떠합니까
K:  그걸로도 안 풀릴 듯. selector 제약이 마땅치 않으니.
T:  쩝 하지만 체중 감량을 지향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거기 상응하는 제약이 있을 듯

각 술어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어도 책 자체는 번역서가 없어서 원서를 보다 보니 결국 한국어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

2.

T: 뭐가 고마운 건데!
K: 하나부터 열까지 !
T: 숫자에게 고마운 건 아닐 거 아냐.
K: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 뭘 지시하는 거냐고욤!
K: 그것도 웃긴닼ㅋㅋㅋㅋㅋㅋㅋ
저런 표현이 가능한가 떠올려 봤는데
명숙이부터 시민이까지 고마워 !
이건 말은 되는데
거기까지만 고맙고 그 범위를 벗어난 사람들에게는 섭섭하다는 함의를 담고 있는 거 같애.ㅋㅋㅋㅋㅋㅋㅋㅋㅋ
T: 식사부터 후식까지 고마워!처럼 행위에도 걸릴 수 있다능
K: 우하하하하하하ㅏ핳하
그렇군.
T: 여튼 그러니까
하나부터 열까지가 각각 지시하는 대상을 밝혀 주시죠